[여성의 창] 을들의 반란
2018-05-15 (화) 12:00:00
강희선(SF공감 회원)
을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대한항공 직원들의 익명 제보방을 만든 지 채 며칠 안되어 천 명이 넘는 사원들이 가입되고, 그동안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갖은 횡포와 갑질을 제보하고 있다. 땅콩으로도 모자라 물컵까지, 큰딸 조현아의 땅콩회항에 이은 둘째딸 조현민의 물이 담긴 컵을 던진 이른바 물벼락 사건, 그리고 총수 부인의 온갖 갑질 행세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인격의 밑바닥을 보여주며 온통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다. 감히 추측건대 물질만은 풍부했지만, 정신적인 풍요로움이 결핍돼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지 못하면서 생긴 일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동안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싸움을 해왔는지 그의 꿋꿋함에 다시 한번 응원을 보낸다.
이러한 갑질 기업은 비단 한진그룹에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경영자의 올바른 경영철학으로 제대로 된 경영을 하는 몇몇 회사들도 있지만 한국 대다수 기업의 경영자들은 재벌세습과 갑으로서의 행세를 하고 있다. 어디서나 갑과 을의 관계는 있게 마련이다. 대부분 소수의 갑이 다수인 을을 지배하며 약자인 을들 위에 갑으로서의 군림과 횡포를 자행한다. 하지만 갑질을 하는 그들도 언젠가는 을이 될 수 있다. 갑과 을의 관계가 주종이 아닌 대등한 관계로서 서로 존중해주는 사회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또 다른 을들의 반란에는 미투운동이 있다. 대표적 을의 입장인 여성들이 성적 피해를 당하면서도 소리내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지 못하고 참아야만 했으며, 소리를 내어도 귀기울여주지 않았다. 이제 그런 시대는 막을 내려야 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동양에 비해 여권신장이 되어 있다고 여겨지는 미국에서 미투운동이 시작되었다니 여성으로서의 삶은 동서양을 떠나 늘 을의 존재였던 것같다. 무조건적인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권의 측면에서는 남녀의 구분이 없이 평등해야 함은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다.
오프라 윈프리가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미투운동에 관해 한 연설이 많이 회자된다. “Their time is up” “A new day is on the horizon!”- 그들의 시간은 끝났습니다. 새로운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렇다. 세상은 바뀌고 있다. 미투운동과 함께 갑질의 횡포도 을들의 눈물과 억눌림도 끝내야 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을들이여, 용기를 갖고 힘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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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선(SF공감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