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헬스케어 정보의 가치

2018-05-07 (월) 김장원 /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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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궁금한 점을 구글에게 물어보고, 구글이 알려주는 정보를 지식이라 믿곤 한다. ‘넷(The Four)’ 이라는 책의 작가 스캇 갤로웨이는 구글을 신에 비유했다. 과거에는 하늘을 바라보며 신에게 물어봤지만, 요즘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휴대폰 속) 구글에게 물어본다. 점심메뉴, 날씨, 경제, 정치 등 구글이 알려주는 정보는 정말 다양하며, 그 정보가 활용되는 영역은 끝이 없다.

구글은 심지어 우리 개개인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내가 오늘 어디를 갔는지, 무엇을 검색했는지, 무엇을 구매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을 알고 있다. 남들 모르게 했더라도. 신이라 불릴 만하다.

구글이 잘하는 것은 수도 없이 많지만, 유저의 질문에 정확한 답을 주는 일은 분명히 아니다. 구글은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항상 내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한 가지 이유는, 내 질문의 답이 여러 가지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알고 싶은 것에 대한 답은 하나일지라도, 내 질문에 담긴 정보는 하나의 정답을 도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내 딸이 목이 아프고, 열이 났고, 얼굴에서부터 몸에 반점이 생기는데, 무슨 병일까?” 이렇게 질문했다고 하자. 딸의 나이, 사는 지역, 반점의 모양과 위치에 따라서 가능한 병이 다르다. 결국 돌발진, 두드러기, 수두, 수족구, 패혈증 인두염 등 그 증상과 관련된 여러 가지 질병에 대한 웹페이지들이 쏟아져 나온다.

여기에 다른 증상과 전후 상황을 추가하면 질문은 길어지고, 엉뚱한 검색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시간을 들여서 어려운 말로 가득한 웹페이지를 하나하나 읽더라도 정확한 병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병원에서 테스트를 받아야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병원에서 패혈증 인두염 테스트를 받고 양성반응을 보인다면, 그제야 질문의 답을 알 수 있다. (진단이 틀리지 않았다면.)

아이가 아플 때마다, 위의 방법을 따른다고 해보자. 일단 구글 검색을 여러 번 하고, 결과 페이지들을 읽고,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는다. ‘내 딸이 아픈 이유’란 정보의 가치는 이렇게 대략 계산해볼 수 있다: 검색하는 시간의 값 + 다양한 검색 결과들을 읽은 시간의 값 + 병원에 데려가고, 진단받고, 데려오는데 걸리는 내 시간의 값 + 병원비.

많은 부모들은 이 비용을 아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한번 아플 때마다 큰 비용을 치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생후 3년이 되기까지 대부분 필수 예방접종은 하고,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더라도 피검사는 한다. 이렇게, 많이 알려지고 눈에 보이는 병에는 큰 비용을 (미리) 치르길 망설이지 않는다. 부모들에게 그 정보의 가치는 크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는 어떠한가? 발달장애 검사는 한국에서는 의무지만 미국에서 의무가 아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증후군(ADHD)처럼 만연한 장애도 마찬가지다. 연방질병통제센터에 따르면,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59명 중 한 명,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증후군은 20명 중 한 명에게서 나타난다. 그리고 이 두 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발달장애의 진단이 0세-3세 사이에 가능하다고 한다.

빠른 진단과 조기치료는 아이가 가지고 있는 기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주는데 매우 중요하지만, 발달장애 조기진단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많이 간과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발달장애 검사를 의무화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장원 /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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