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shall pierce your own soul also.
그대의 혼 역시 예리한 칼에 꿰찔리게 되리라.
열여섯 전후 앳된 소녀 마리아. 바로 40일 전 아기를 낳고, 오늘 아침 일찍 성전에 올라 정결례를 치르려고 남편 조셉과 함께 오른 예루살렘 길. 제물로 드릴 양을 구할 돈이 없던 아기 예수의 양친은 멧비둘기[turtledove] 한 쌍을 들고 성전에 오릅니다. 조셉 손에 들린 멧비둘기 한 쌍을 보며 처녀 마리아는 미상불 '불쌍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의 죄를 위해 피흘리고 희생되는 동물이 가엽게 느껴집니다. 희생제물, 본래 율법에 따라 바쳐지는 거라지만, 아기 예수를 품에 안은 성모 마리아의 혼은 불편합니다. 특히, 장차 스스로 제물(祭物)이 되실 아기 예수가 바로 그미 품에 안겨 계시기에. 마리아는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
시끌벅적한 성전 뜰을 지나 이제 막 성소에 드는데, 갑자기 꽤 늙은 노인이 앞길을 막아섭니. “Let me see the child!” 그 애 좀 봅시다! 다짜고짜 다가서는 노인. 엉겁결에 아내 마리아를 뒤로 하고 보호막을 치는 조셉의 손을 부드럽게 잡는 노인 왈: “I’m sorry. Please forgive old Simeon." 미안하네, 부디 이 늙은 시므온을 용서하시게. 너무나도 오랫동안 기다리다 보니 그만. “I’ve just been waiting for him so long.”
물끄러미 지켜보던 마리아는 시므온 노인의 범상치 않음을 이내 감지합니다. 세상이 모르는 걸 이분은 알고 있는 게 틀림없다는 직관이 엄습한 것. 아니나다를까! 마리아가 안심하고 맡긴 아기 예수를 두 팔에 받아 안은 시므온, 이렇게 찬양합니다. "주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이 종은 평안히 눈을 감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구원을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 [누가복음 2:29-30] Now Lord, You are releasing Your bond-servant to depart in peace, According to Your word; For my eyes have seen Your salvation.
그런데, ...... 그런데, "시므온은 그들을 축복하고 나서, 아기 어머니 마리아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이 아기는 수많은 이스라엘 백성을 넘어뜨리기도 하고 일으키기도 하리라. 이 아기는 또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받는 표적이 되어, 당신의 혼은 칼에 찔리게 되리라." 예리한 칼에 꿰찔리듯 심히 아프게 찢겨질 마음을 일찌감치 예언하는 시므온. 그렇게, 앳된 처녀 마리아는 오래~전 가브리엘 천사의 수태고지(受胎告知)로부터 아기 예수 탄생 후 시므온의 예언에 이르기까지, 일찌감치 자신의 운명을 제법 선명하게 감지했을 터!
A sword shall pierce your own soul also.
그대의 혼 역시 예리한 칼에 꿰찔리게 되리라.
제법 따가워진 아침 햇살 아래 동네 수영장 물 속에서 노래하는 성모송(聖母誦).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반쯤 가면서 거기까지. 그리고, 되돌아오며 나머지를 노래합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그렇게 간구하며 물 속을 오가던 중, 오늘 아침엔 왠지 시므온의 예언을 진중하게 듣고 계신 앳된 처녀 마리아 모습이 진하게 떠오르네요. 그러면서, 흘깃 스쳐 지나는 상념 하나. 그러면 그렇지! 바로 그거야! 구세주(救世主) 그리스도의 세상 출현과 그 이전/이후의 모든 속내를 깡그리 꿰고 계신 성모 마리아. 과연 그 어느 제자가 어머니 마리아보다 수승하랴. 주 예수 그리스도의 으뜸 제자라면 마땅히 혼마저 꿰찔린 모친 마리아 아닐런가!
"Holy Mary, mother of God, pray for us sinners, now, and at the hour of our death."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정녕 모질게 찔리신 혼(魂)으로 우리 모두의 혼을 어루만지시는 성모의 손길, 어찌 우리 모두 함께 찔린 혼(魂)이 되어 반기지 않을손가. Let your soul get pierced, too, 거룩하여라, 꿰찔린 아픔으로 함께 통회(痛悔)하는 혼들이여.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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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