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진실된 마음

2018-04-21 (토) 12:00:00 김보은(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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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알게 된 지 몇 달 채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나 오늘 기분 좋은 일 있으니까, 밥 사줄게 나와!”라는 친구의 말에, 나는 당장 그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같이 한번 와봤던 프랑스 음식점에 가선, 우린 주문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고, 어느새 서버가 계산서를 우리의 테이블로 가져다줬다. 나한테 밥을 사겠다고 한 친구는 당연히 지갑을 꺼냈고, 또 나 또한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기분 좋은 날, 기분 더 좋으라고 내가 살게!”라는 나의 말에 친구는 망설였지만 웃으며 고맙다고 했다.

그 이후, 3년간 우리는 항상 그래왔다. 누가 기분 좋은 일이 생기면 계산은 상대방의 몫이었다. 그게 부담스럽지도, 이상하지도 않았다. 서로가 진심으로 서로를 위해서 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그래서 좋은 일이 생긴 날 그 친구를 만나면, 사소한 일이라고 할지라도 그 일이 조금 더 특별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모든 것을 순수하게만 받아들이던 중고등학생 때와는 달리, 성인이 되어보니 나의 행복에 진심으로 같이 행복해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단순히 ‘밥을 산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닌, 시기와 질투를 뺀 축하를 받는다는 느낌이 나를, 그리고 그 친구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무 일도 아닌 날 받는 선물”은 기쁘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왜 갑자기?”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게 해주는 우리의 관계가 나는 감사하다. 선물 또는 남에게 돈을 쓴다는 것은, 가격이 중요한 것이 아닌,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더 느끼게 된다. 내가 받았으니까 돌려주는 기브 앤 테이크식의 생각이 아닌, 마음이 들어간 “어떠한 것”을 받는다는 느낌이 나는 정말 좋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도 목적있는 대화를 시작해봤고, 의무적인 선물을 해보았고, 또 진심없는 축하를 건네본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그 모든 걸 후회한다. 나처럼, 다른 사람들도 나의 가짜마음을 다 보고, 느꼈겠지 싶으니까 말이다. 내가 이 친구와 나의 관계에서의 꾸밈없는 진실된 나의 모습을 좋아하듯, 어렵겠지만, 모든 사람을 진실된 마음으로 대하는 연습을 차근차근 해나가야겠다.

<김보은(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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