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족함 채워주는 팀워크

2018-04-02 (월) 김장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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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함 채워주는 팀워크

김장원 공학박사

지난 24일 토요일에 남가주 한인들의 해커톤 행사가 열렸다. 그래픽 아티스트, 게임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개발자, UX/UI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공간에 모여서 자율적으로 팀을 구성하고 자율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발표하는 행사다.

주어진 시간은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10시간. 점심 먹고, 저녁 먹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8시간 정도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저녁 8시부터 각 팀이 발표한 결과물들은 놀라웠다. 특히 나의 전문분야가 아닌 게임과 앱 디자인 등의 아이디어와 수준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나는 이 행사를 주최하면서도 프로젝트 하나를 리드하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날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갔다. 사실상 프로젝트에서 내가 맡은 부분은 거의 진전이 없었다. 행사 진행에 신경 쓰다가, 주어진 시간이 다 끝나버렸다.

하지만 해커톤 당일 새로 합류한 두 명이 많은 일을 해주어서 프로젝트는 짧은 시간 동안 큰 진전이 있었다. 내가 이미 만들어 놓은 부분에 합쳐서 발표를 무사히 마쳤다. 앞으로 두 팀원이 이 프로젝트에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

지역 한인들과 어울리면서 회사일 이외에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는 사람이 많다고 느껴왔다. 혼자서 이미 여러 프로젝트를 해본 사람도 있고, 마음만 있고 아직 시작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열정은 있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프로젝트도 있었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다 같이 프로젝트를 해보는 장을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언젠가 사람들에게 해커톤 행사에 대해 물어보니 호응이 참 좋았다. 나는 해커톤을 참여해본 적도 없지만,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심산으로 시작했다.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다 보니, 당연히 부족한 부분이 많았을 터.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인지조차 못하고 지나쳤지만, 다 끝나고 집에 와서 침대에 누우니 문제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큰 컴퓨터를 가져온 참가자가 일할 수 있는 책상을 미리 마련하지 못한 것, 음료수와 아이스박스는 가져왔지만, 정작 얼음은 안 사온 것, 커피가 다 떨어졌는데도 알지 못한 것, 참관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잘 헤아리지 못한 것, 차가 막힐 것을 예상하지 못해 스케줄보다 1시간이나 늦게 저녁식사를 시작한 것 등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래도 행사가 잘 끝날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해 준 동료들 덕분이다. 본인의 해커톤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행사 아이디어를 제공한 동료, 큰 컴퓨터를 가져온 참가자가 “책상이 작은 것 밖에 없네요”라고 했을 때, 무슨 말인지 눈치 채지 못한 나를 대신해 센스 있게 다른 방에서 큰 테이블을 가져온 동료. 프로젝트 시작 준비로 바쁜 상황에서도 내가 빼먹은 얼음을 사다준 동료, 행사 후 설문조사를 위해 일일이 사람들의 연락처를 받아준 동료, 커피가 떨어질 타이밍에 커피 피쳐 두 통을 사 온 동료 등 부족한 부분을 메워준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나와 함께 장을 보러 가 준 후배는 내 동료가 되었다.

그동안 많은 프로젝트와 행사를 해왔지만, 이런 팀워크를 느껴본 적이 있었나 싶다. 덕분에 다음번 행사는 더 체계적이고 유익하고 알차게 준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마도 6개월 정도 후에 열릴 것 같은데, 그때는 어떤 행사가 될지 궁금하고 또 기대된다.

<김장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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