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형 지도자들의 비극

2018-03-30 (금) 12:00:00 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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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은 독립운동과 한미관계의 탁월한 업적으로 추앙받았지만 임기 중 권력욕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4.19혁명으로 현직에서 퇴출되어 망명길에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5.16 쿠데타로 장기집권의 탄탄대로를 달리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부하의 총탄에 비명횡사했다. 박정희를 롤 모델로 군부 쿠데타의 시나리오를 성공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광주학살의 주범으로 감옥에서 사형선고를 받으며 역사의 심판대에 오르게 되었다. 쿠데타 공모자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 역시 각종 정경유착형 비리가 추가돼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 권력의 무상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 후 오랜 시간 야당 지도자로서 대통령의 꿈을 실현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한국 IMF 사태를 일으킨 무능한 지도자로 낙인찍혀 퇴임 후에도 말년이 그리 편치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남북교류를 성사시켜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으나 붕괴일로에 있던 북한을 회생시켜 통일의 가능성을 차단시켰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한국형 지도자들의 최대 비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함으로써 그 정점에 달했다.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한국형 민주주의의 장을 열었다는 역사의 평가를 받기도 전에 자살한 비운의 지도자가 되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권위주의로 한국정치를 퇴보시키더니 급기야는 뇌물수수, 횡령, 직권남용,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수감됐다.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속의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유래가 없이 국정논단과 비리에 분노한 전 국민들의 대대적인 발기로 탄핵되어 현직에서 파면됨과 동시에 감옥에 간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에 추징금 1200억원을 구형함으로써 종신형에 가까운 형을 받게 되었다. 고령이 될 때 특사나 병보석으로 석방되지 않는 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감옥에서 여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역대 대통령들의 비극과 달리 한국은 해방 후 100년이 안되는 짧은 시기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강국이 되었다. 남북이 대치하는 절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이 되었음은 물론 군사력 또한 10위권 내에 들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이렇게 한국이 세계강국이 되는데 절대적 역할을 했음에도 비운의 지도자들이 된 데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근본적으로 한국적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못한 상황에서 모든 권한이 대통령에 집중되는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그것을 재임 중 청산하여 한국민주주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분투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가 염원하던 한국 민주주의 꽃을 보지도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의 비극과 수난을 꿰뚫는 현명한 지도자로서의 통찰력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를 염원해 본다.

<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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