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미국에서 만나는 멋진 한국

2018-03-28 (수) 12:00:00 정소영 (검색엔진 컨텐츠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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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전문가로 일하며 주말에 시간을 내어 2세 한인과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 중 정말 열심히 배우는 인상 깊은 한 가족이 있는데, 중국인 아빠와 2세 한인 엄마 그리고 2명의 아들. 한글조차 모르고 왔던 엄마와 아이들은 조금씩 “ㄱㄴㄷ”을 배우며 한 글자씩 정성껏 배워 나간다. 그들의 열정은 마치 보물을 대하듯 매우 섬세하고 조심스럽다. 나의 친절한 태도 덕분인지 그들은 감사하게도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

내가 2세 한인과 주류사회인에게 가장 친절하고 좋은 모습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이유는 단 하나, 미국에서 한국을 조심스럽고 멋지게 드러내고 싶어서이다. 바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 나와 내 윗 세대와 달리 우리의 자녀 세대는 좀더 당당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조금씩 사회 표면으로 드러내 우리를 알리고 싶은 심정이랄까.

미국경제를 이끄는 테크업계의 주인공은 바로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인도인데, 그 가치를 정작 스스로 찾지 못하는 건 안타깝게 한인인 것 같다. 집장만과 자녀교육에는 열심이지만, 정작 한국 커뮤니티나 주류사회에 한국을 알리는 일에는 관심도, 없는 기회를 만들려는 의지도 없는 것 같다. 결국 한인 커뮤니티에는 안타깝게도 긍정적인 상호 서포트 시스템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다.


커뮤니티의 체계적 서포트가 없는 현실과 언어, 자녀, 가정 등의 부담감이 맞물려 잊혀져 가고 있는 우리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이제는 스스로 찾아나가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목소리만 높여 “한국을 자랑”하는 것이 아닌 몸소 한인 및 미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면서 자연히 번지는 한국문화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기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구정 설날, 사람들에게 “중국 음력새해”라는 말을 들으면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 가득하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중국 음력새해”를 각인시키기 위해 중국 커뮤니티가 얼마나 많은 혜택을 제공했는지 알게 되면, 우리는 결코 불평할 수 없다. 시시때때로 재미난 중국어 강좌와 중국문화 행사가 사람들에게 자연히 흡수된다.

머리와 입으로만 하는 한국 지키기 말고, 몸과 마음을 움직여 직접 다가가는 활동을 통해 한국사회가 미국 땅에 당당히 서도록 도울 때가 왔다. 그러려면 한인끼리 서로 인색하고 각박하게 경쟁하지 말고 세계를 함께 바라보며 여유를 갖고 서로 돕고 나누어 진정 긍정적인 한인 커뮤니티 발전이 절실하다.

<정소영 (검색엔진 컨텐츠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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