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의 #미투 운동을 보며

2018-03-24 (토) 박문규 민주평통 LA 헙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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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이 한국에서 더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성추행 성폭행 폭로가 이어지면서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 중 한 사람이 주지사 직에서 물러났고, 교과서에 올려진 작품이 삭제되고,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연예인과 교수가 자살하는 일도 생겼다. 그래도 대다수는 이 운동이 멈춰서는 안 된다는 반응이라고 한다.

이 운동이 전개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불법체류 신분으로 한국에 살면서 업주나 상사로부터 수시로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하면서도 폭로할 엄두도 못 내는 피해자들이 많다는 보도이다. 그리고 친인척으로 부터 당한 피해자들은 가문을 생각해 나서지 못하고 있고, 오래전 피해를 지금 폭로함으로써 현재의 가정이 깨어질까 겁이 나 감히 나서지 못하는 피해자도 많다는 보도도 있었다.

미투 열풍이 거세다 보니 악의에 의한 거짓 폭로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면 남녀 등산객이 낭떠러지에 미끄러져 구조를 요청하면 지나가던 남성 등반가는 남성만 구조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이다. 여성을 구조하고 난 후 혹시라도 손을 너무 오래 잡았다는 식으로 폭로할까 두렵다는 것이다.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거짓 폭로를 하면 진실을 밝히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설사 법적 대응으로 진실이 밝혀진다 해도 변호사 선임 등 경제적 시간적 비용이 많이 들며 그 때는 이미 이미지가 추락되어 원상 복귀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여성들의 미투 운동이 사회전반으로 확산되자 남성들 사이에선 이른바 “펜스 룰”이 부상하고 있어 흥미롭다. 미국의 펜스 부통령은 의원시절 의회신문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아닌 어떤 여성과도 단 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며 건전한 결혼생활을 위한 그의 기준을 말했었다. 이를 한국의 남성들이 ‘성추행 예방규칙’인양 오해하며 같은 직장 내에서도 여성과는 말도 안하고 일도 나누려 하지 않는 기현상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의 국회입법 조사관은 “펜스 룰을 빌미로 직장 내 여성차별 문화를 만드는 일부 남성의 행동이 실망스럽다. 성적희롱이나 무시가 아니면 여성과 소통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시인하는 것 같다”며 그동안 우리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방식이 어떻게 잘못 되었는지 짚어보았으면 싶다고 피력했었다.

지금 한국 내 기류를 보면 #미투 운동으로 각계각층에 만연한 성범죄를 근절하자는 인식이 강한 만큼, 비록 시행착오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 운동이 더욱더 굳건하게 진행되리라 믿는다.

더 이상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행 성추행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면 한결 더 살기 좋은 조국 대한민국이 되지 않겠는가.

<박문규 민주평통 LA 헙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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