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한국 방문

2018-03-22 (목) 12:00:00 이영숙(몬트레이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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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시간의 지루한 비행시간 끝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많은 관광객들과 변화되는 한국을 실감한다. 남북화합의 계기를 마련한 평창올림픽으로 더 유명해진 나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개최 기대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나라, 내가 자란 한국에 왔다.

공항에 내릴 때마다 왠지 모를 안도감과 편안함이 드는 것은 내 정서의 뿌리, 나를 키워준 공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한국에 오면 일정이 바쁘다. 우선순위를 정해야 돌아갈 때 후회가 남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그리웠던 사람들을 찾아보고,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을 찾았다. 그리고 문화원에서 필요한 옷과 소품들을 구입하기 위해 동대문 한복코너로 갔다. 미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옷들이 이곳에는 줄지어 있었다. 곱고 화려한 이 한복을 입고 공연팀 아이들이 부채춤 추는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설렜다. 한복은 한국인의 정신이 담긴, 한국문화의 대표적 상징물이자 아이템이다. 주류사회에서 공연을 보는 사람마다 ‘뷰티풀’이라는 칭찬세례가 쏟아지는 것도 한복의 아름다움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후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로 갔다. 각 국가에서 조국 발전을 위해 모인 한인들이 자부심을 펼치며 나라사랑을 이어갔다. 그 다음 3월 9일 패럴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평창으로 이동했다. 폭설이 내린 대관령고개에서 한폭의 그림을 마주하니 눈이 만들어준 은빛세상에 탄성이 절로 났다. 아름다운 정경을 바라보면서 어릴 때 읽었던 어느 시인의 ‘빨래’라는 시가 생각났다. 60, 70년도 우리나라의 어둠을 나타냈던 시 한편이다. 깨끗한 빨래로 널리고 싶어했던 한 시인의 마음, 세상에 하얀 빨래를 널고 싶어했던 한 시인의 마음이 설경을 바라보면서 불현듯 생각났다.

평창의 패럴림픽을 참석하고 돌아온 마지막 날 본 다큐영상은 감동이었다. 일제시대와 분단의 아픔, 어지러웠던 자유당시대, 제 3공화국과 80, 90년대, 지금 시대의 놀라운 변화 영상은 가난에 허덕였던 부모님세대의 아픔과 고통이 오늘날 발전의 뿌리가 되었음을 느꼈다.

뜨거웠던 교육열, 잘살아보겠다는 의지, 부지런해야 고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성실함과 끈기, 오늘의 한국은 그런 것들의 바탕 위에 세워진 것이다. 우리도 후손들에게 더 나은 세상, 남과 북이 통일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달려야 한다는 다짐을 새겼다.

<이영숙(몬트레이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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