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수에 젊음까지?

2018-03-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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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는 인간 남성을 사랑하게 된 여신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그중 하나이다. 에오스는 트로이의 왕자 티토노스를 보고 첫눈에 반해 납치하다시피 자신의 궁전으로 데려간다.

여신이 인간을 사랑하게 되면 고민이 생긴다. 불멸인 자신과 달리 인간은 시간이 지나면 죽어버리니 그 상실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생각다 못한 에오스는 제우스에게 간청해 티토노스를 불사의 몸으로 만든다.

여신과 왕자는 두 아이 낳으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티토노스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젊고 아름다웠던 왕자는 주름투성이의 펑퍼짐한 중년남자로 바뀌더니 나날이 늙어갔다. 죽지는 않고 한정 없이 늙기만 하니 몸은 쪼그라들어 매미 같고,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매미 소리 비슷했다.


인간에게는 죽음뿐 아니라 늙음이 있다는 사실을 여신은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결국 에오스는 티토노스를 매미로 만들어버리고 사랑을 접었다.

백세 시대가 되면서 티토노스의 신세가 남의 일이 아니다. 1900년 47세였던 기대수명은 2000년 77세로 늘고, 지금은 8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노년층을 보면 보통 90대 혹은 100세 이상을 사는 데, 문제는 건강이다. 티토노스처럼 겨우 목숨만 부지한다면 장수가 무슨 축복이겠는가. 심신이 건강해야 장수도 의미가 있는데 그러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바로 노화방지이다.

미국의 노화방지 산업은 2,500억 달러 규모이다. 노화방지 크림부터 필링요법까지 다양한데, 약 한 알 먹으면 확~ 젊어지는 기적의 묘약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획기적인 진전이 있다고 노화 연구진영은 말한다. ‘니코티나미드 아데닌 디뉴크레오티드(NAD+)’라는 성분이 젊음의 샘물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하버드 의대 노화 생물학 센터의 데이빗 싱클레어 디렉터는 말한다. NAD+는 살아있는 모든 세포에서 발견되는 조효소로 NAD+가 없으면 생명체는 30초 내에 죽는다.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것은 나이가 들수록 NAD+가 감소한다는 사실.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소 역할을 하는 것이 미토콘드리아인데, NAD+가 부족하면 미토콘드리아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나이든 쥐에게 NAD+ 성분을 투여하자 노화된 조직과 근육이 일주일 만에 젊어졌다. 이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이 시도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미 관련 보충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하버드 의대의 싱클레어는 NAD+ 보충제를 매일 복용하면서 숙취문제가 사라지고 말과 행동이 빨라지고 젊어진 느낌이라고 말한다. 78세인 그의 아버지도 이를 복용한 후 6일 하이킹 코스에 참가하고, 전 세계를 여행할 정도로 활력이 넘친다고 그는 전한다.

NAD+ 보충제로는 현재 엘리지엄(Elysium) 사의 베이시스(Basis)가 시판되고 있다. 식품 의약국 승인이 필요 없는 보충제여서 가격이 많이 비싸지는 않다. 하루 1~2 달러 투자해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면 속는 셈치고 한번 시도해 볼만도 하다. 기운 팔팔한 백세 시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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