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둑 3국지

2018-03-20 (화)
작게 크게
‘중국, 어디를 가도 중국 이야기다’-. 뭐랄까. 일종의 세계적 현상이라고 할까. 13억 인구에 미국 다음의 경제력 2위다. 그런 중국이다 보니 어찌 보면 당연지사다.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지능 게임이라는 바둑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 바둑대회, 그 중에서도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7개의 기전 중 중국은 6개를 차지했다. 그러니까 중국이 독식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때 바둑 최강국으로 인정받던 나라는 일본이었다. 일본에서 1인자가 된다. 그러면 바로 세계의 1인자로 통했다. 이제는 아득한 옛날이야기다. 일본의 1인자다. 그러나 세계무대에서는 명함도 제대로 내놓지 못한다.


일본의 세계 메이저 무관상태는 2005년 4월 제9회 LG배 우승 이후 12년 10개월째 지속 중이라는 참담한 기록이 이를 말해 주고 있다.

세계 최강 일본 바둑의 철옹성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1989년 한국의 조훈현 9단이 바둑올림픽으로 불리어지는 응창기배를 석권하면서 부터다.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이세돌로 이어지는 천재계보 기사들의 활약으로 이후 한국바둑은 세계 최강으로 군림한다. 세계대회만 열렸다 하면 한국 기사들이 싹쓸이 하다시피 했다.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까지의 상황이었다.

그 한국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중국이다. 그 방식은 중국 특유의 인해전술(人海戰術)이다. 소질이 있어 보이는 영재들을 국가가 직접 선발해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중국 기사들의 인해전술 공세에 한국 바둑이 밀리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들어서다.

2012년까지는 그런대로 균형을 유지해왔다. 2013년부터 균형이 무너졌다. 마지막까지 버텨주었던 이세돌로 한국의 천재기사 계보가 끊겼다고 할까. 그 결과는 7개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0패 기록으로 나타났다.

한국, 중국, 일본 바둑 3국지에서 중국의 독주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들어 뭔가 새로운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조훈현에서 이세돌로 이어지는 천재계보에 드는 기재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어딘가 2% 부족한 것 같다. 그런 평가를 받던 한국 바둑의 1인자 박정환이 화려한 변신에 성공을 한 것이다.


세계 1인자로 인정을 받는 중국의 커제를 연달아 두 차례 꺾었다. 일본의 1인자 아야미 유타도 물리쳤다. 그러면서 올해 들어 국제기전에서만 2회 등 4개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바둑 내용도 그렇다. 중국의 1인자, 일본의 1인자와의 대국에서 모두 ‘완벽에 가까운 승리’를 거둔 것이다.

더 고무적인 것은 한국의 ‘미완의 천재’기사들이 무서운 속도로 전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0대인 신진서, 신민준 등이 중국의 강호들을 연파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 거기다가 ‘잊어졌던 천재’ 김지석도 커제를 비롯한 랭킹 1, 2위의 중국기사들은 연달아 꺾고 있다.

2018년은 ‘박정환 시대’ 개막과 함께 한국바둑의 대반격이 이루어지는 해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