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수칠 때 떠나야…

2018-03-16 (금) 강영구 / YMCA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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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청렴하기로 유명했던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가 리커창 당시 부총리에게 자리를 물려주며 “추봉(雛鳳)의 청아한 소리가 한때 산을 울리게 노래했던 노봉(老鳳)의 옛 소리를 압도 한다”는 멋진 말로 후계자에 대한 기대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자리를 물려 주었다. 여기서 어린 봉황을 雛鳳(추봉)이라 하는데 훌륭한 젊은이/후계자 정도를 일컫는 말이 아닌가 싶다. 자연도 마찬가지지만 사람의 세계도 세월이 가면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세대교체를 하고 있고, 사람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자연은 이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순응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법이다.

다만, 사람들 세상은 그렇지 않아 문제가 생긴다. 인생의 순리라 할 수 있는 이러한 세대교체를 거부하고 자신의 자리를 고집하려는 것은 탐욕이며, 혼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는지, 그 일을 자신이 잘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오직 높은 자리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건다. 그래서 의외의 결과도 많이 일어난다.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적임자보다는 잔재주와 처세에 능한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자리 자체가 목적이다 보니 한번 앉은 자리는 결코 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작금의 한인사회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위 내노라하는 단체의 지도자급이라는 인사들의 행태다. 이곳 LA한인사회의 고질적인 적폐가 아닌가 싶다.

“일에서 떠날 때는 마땅히 전성기에 물러나야 하고 몸을 둘 때는 홀로 뒤쳐진 곳에 두라”는 옛 고전(채근담)의 말처럼 정점에 있을 때 과감하게 떠날 줄 알아야 한다. 명예와 사리사욕에 취해 자리에 집착하다보면 결국 밀려나게 되고 그 퇴장은 아름답지 못하다. 특히 부정과 비리로 자신의 욕심을 채웠던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진정한 봉사자와 지도자는 진심어린 축복의 말을 담아 자신의 자리를 후임자에게 건네고 떠난다. 미련 없이 떠나는 그의 뒷모습에 사람들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가슴에 새기게 된다. 바로 “박수칠 때 떠나야 하는” 이유다.

2018년, 무술년 새해에 이곳 LA 한인사회에도 기분 좋은 소식이 하나쯤은 들렸으면 좋겠다.

<강영구 / YMCA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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