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젠 보수도 전략을 바꿔야

2018-03-10 (토) 이영묵 문인
작게 크게
지극히 상식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북한의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를 이야기 했을 때에 오늘의 대통령 특사가 북한에 가서 가진 회담에서 얻어온 결과를 예상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 한다.

그동안 북한 정권은 그들의 입장으로 볼 때에 미국으로부터 생존을 구걸해야 하느냐, 아니면 무엇 하나를 들고 흥정을 통하여 생존을 보장 받느냐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무엇이 핵폭탄이었고 이제 핵폭탄 완성으로 흥정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때에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의 국가들이 경제봉쇄에 극점으로 압력을 가해 왔다. 북한은 그러한 국제적인 압력을 흥정을 시작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마침 한국의 행운인지 동계올림픽이란 행사가 있어 한국이 북한이 원하는 흥정에 중매쟁이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첫 시작에 현 문재인 정부가 국가의 위엄과 격을 지키지 못하고 너무 저자세라고 할까 과공(過恭)이라 할까 눈에 거슬린 것은 사실이었다. 시집가고 싶어 안달하는 색시라면 중매쟁이로서 좀 느긋해야 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러한 중매쟁이가 중매를 성공시키는데 필수조건이 있다. “누가 그러는데 색시가 이런 저런 문제점이 있다고 하던데..” 하면서 누가 딴지를 걸어 주어야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는 색시 측과의 중매 일이 쉽게 풀린다. 이 딴지 역할을 수구보수가 잘 해냈다. 북한의 김영철이 온다고 청계천 광장에서 태극기 집회도 하고, 통일대로에 드러눕기도 하고 김정은 초상화와 인공기를 불사르고 말이다.

이제 남북한이 정상회담을 갖기로 하고 북한이 핵 보유 철회 의사를 밝히는 데까지 왔다. 그런데 수구보수의 정객, 논객들은 “그 동안 핵개발 안한다고 하면서 핵 개발 하지 않았느냐” “그런 북한을 어찌 믿느냐”고 한다. 또 그들이 더 정교한 핵 기술발전에 시간만 주는 것이라고 반대를 넘어 야단이다.

나는 그러한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이 흥정꺼리인 핵폭탄을 만들 때까지 남북한 합의, 미국과의 약속 등을 불이행하는 치사한 행태를 반복해 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사를 밝혀왔고 8일에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기로 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그동안의 적대모드에서 평화공존의 패러다임으로 점차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한국도 이런 패러다임에 맞는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대북정책에 유연성을 발휘해여 한다. 보수 진영 또한 달라진 환경과 상황에 맞게 전략을 만들어가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으로는 자신들의 입지를 찾기 힘들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통일각이 아니고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는 것이 꽤나 상징적이다. 그동안 남북이 서로의 정권유지 차원에서 현재의 국제 역학 상 실현이 요원한 통일이야기만을 계속해 왔다.

허나 이제는 통일이 아니라 실현성이 있는 평화공존을 모색할 때이다. 이제 보수 세력의 딴지를 거는 역할도 그 가치를 다 한 것 같다. 결국 트럼프와 김정은이 5월에 만나기로 했다는 뉴스까지 나왔다. 이런 뉴스가 계속 나와도 별로 놀랄 것 같지 않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읽고 보수 분들도 이제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물론 현 문재인 정권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는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이영묵 문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