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봉 등 국내 디자이너 작품에서 주로 볼 수 있던 '한글 패션'이 이제 해외 브랜드에도 등장했다.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이 한글을 전면에 배치한 가방, 티셔츠 등을 선보이며 전 세계 '패피'(패션 피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9일(한국시간 기준) 유통업계에 따르면 벨기에 유명 패션 디자이너 라프시몬스는 2018 봄·여름 시즌을 맞아 가방 브랜드 이스트팩과 협업해 내놓은 신상 가방에 한글이 쓰인 보자기 원단을 활용했다.
220유로(약 29만원)와 190유로(약 25만원) 두가지 가격대로, 유럽국가들을 대상으로 판매되고 있다.
노란색과 빨간색 안감 두 종류로 구성된 220유로짜리의 경우 '상주 곶감', '법성포 굴비' 등의 한글이 선명하게 적혀있다.
190유로짜리는 4종류로, 한자와 영어 디자인과 어우러진 '수잔음료영농조합', '대전상수도사업본부' 등의 한글 디자인이 눈에 띈다.
라프시몬스는 이번 시즌을 겨냥해 가방 외에 한글이 새겨진 티셔츠, 스카프도 내놨다. '아메리카'(214유로)라는 한글이 새겨진 흰색 티셔츠 등이 대표적이다.
랄프로렌에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미국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인 '팀 USA' 에디션으로 한글 티셔츠를 출시했다.
성조기를 든 폴로 베어 캐릭터 위에 큼직하게 '평창'이란 한글이 새겨져 있다. 이 티셔츠는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 매진된 상태다.
미국 유명 편집숍 오프닝세리모니도 지난해 한국적 모티브를 적용한 '코리아 바시티 재킷'을 선보였다.
야구 점퍼에 한글로 '오프닝 세레모니'와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를 새기고 태극기, 무궁화, 호랑이 등 다양한 디테일을 조합했다.
프랑스 명품브랜드인 자딕앤볼테르는 2016년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82번지'라고 쓰인 티셔츠를 약 29만9천원에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붉은색 바탕에 영어 문구인 'ZADIG & VOLTAIRE SEOUL' 밑에 한글 문구가 흰색으로 들어간 이 티셔츠는 곧 매진됐다.
한류 열풍이 불면서 보세 브랜드에서도 한글을 디자인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사이트 타오바오에서는 한글이 들어간 다양한 제품들을 발견할 수 있다.
태극기 위에 '대한민국'이라고 쓰인 기본 티셔츠가 여러 색상으로 판매되는가 하면 '포카리스웨트', '굿걸', '권지용' 등이 적힌 양말도 눈에 띈다.
'안티 저속한', '걷기 는소녀' 등 어법에 맞지 않는 문구도 더러 보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한글'을 활용한다기보다는 '한글'의 디자인적인 미를 활용한다는 게 더 맞을 듯하다"며 "한류 덕분에 우리나라가 널리 알려진 것도 한글 디자인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