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nglish for the Soul] Silver Bullet / 은탄(銀彈)

2018-03-03 (토) 12:00:00 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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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is no silver bullet. There are always options and the options have consequences.
은탄(銀彈)이란 없다. 항상 선택이 있을 뿐이고 그런 선택들은 결과가 있게 마련이다.

선가(禪家)에 "병 안의 새"라는 화두가 있습니다. 고관대작 한분이 스님을 찾아와 시비(?)를 겁니다. "옛날 어떤 농부가 병 속에 거위를 한 마리 키우고 있었는데, 어느덧 무럭무럭 자라 병 밖으로 나올 수 없을 만큼 커지고 말았습니다. 자, 스님이라면 병속에 든 이 거위를 어떻게 꺼내시겠습니까? 단, 병을 깨거나 거위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됩니다."

He is between a rock and hard place. 이러지도 저러지도, 꼼짝달싹할 수 없는 지경? "돌멩이와 어려운 곳 사이에 있다?"는 뭔말인고. 20세기 초엽 미국 경제가 한참 어려울 때, 탄광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나섰지만, 결국 돌덩어리와 싸우든 고용주와 싸우든 모두 승산이 없는 상황을 그린 내용. 그래서,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딜레마(dilemma)에 갖힌 형국이 "between a rock and hard place."


우리 스님 진짜 '락 앤드 하드 플레이스'에 갖히셨나? 은근히 수작(酬酌)을 거는 관리의 표정이 사뭇 도도한데. He was really between a rock and hard place! 그때, 스님이 우렁찬 목소리로 부릅니다. "대부!" 지금은 태수 신분이지만 이미 어사대부를 지낸 바 있었기에 관리는 엉겁결에 반사적으로 "예!"하고 대답합니다. 그때, 스님이 껄껄껄 호방한 웃음을 날리며 외칩니다. "벌써 나왔네!"

There is no silver bullet. There are always options and the options have consequences.
은탄(銀彈)이란 없다. 늘 선택이 있을 뿐이고 그런 선택들은 결과가 있게 마련이다.

당나라 때의 남전(南泉) 선사처럼 시원하게 문제를 풀 수 있다면 만사 오케이. "벌써 나왔네!"라는 일갈에 아무런 말도 못하게 된 육긍(陸亘) 대부. 그건 그런게 아니라며 뭔가 시비를 게속할 수도 있으련만, 묵묵부답 떠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사의 위력적인 고함에 그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수작을 포기할 수 밖에 없더란 것. 어쩌랴. 이미 나왔다는데! 그렇게 벌써 나온 것을!

압니다, 세상 일이란 선문답(禪問答)처럼 화끈/미끈하게 풀리지 않는다는 걸. 하긴, 이미 뚫린 선문답도 누구에겐 평생 묻고 지닐 화두가 되기도 하는 세상이니, 속가의 잡사인들 말해 무삼하리오. 그렇게 녹록치 않은게 세상. 홀연, '안수정등'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절벽에 걸린 나무(안수/岸樹)와 우물의 넝쿨(정등/井藤). 무명(無明)의 광야에서 사나운 코끼리에 쫓기다 생사의 우물로 피해 들어가 등나무 넝쿨에 매달려 곧 죽을 위험에 놓이지만, 혀끝 위로 떨어지는 꿀방울에 탐닉하면서, 날며 덤비는 꿀벌들과 바삐 다투는 가운데, 사뭇 위급한 자신의 처지를 까맣게 잊어버리는 인생나그네. 바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

온갖 달콤한 유혹을 떨쳐버리고, 고상(翺翔)한 질문을 지속하기엔 인생이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Samsara or Nirvana, that is the question. 둘 다 정답이 아니기에. '모든 것 끝난 뒤'란 게 다만 커다란 함정일 뿐이기에. 결국, “무시무종(無始無終)/불생불멸(不生不滅)”이란 법담에 꿰이고 말 것을!

There is no silver bullet. There are always options and the options have consequences.
은탄(銀彈)이란 없다. 늘 선택이 있을 뿐이고 그런 선택들은 결과가 있게 마련이다.

잠정적 결론은 이렇습니다. 늑대인간[werewolf] 쏴 죽이고 마귀를 때려잡을 '은제 탄환'(銀製彈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영어 표현으로 '씰버 뷸렛'이라 불리는 묘책(妙策)은 없다는 것. 다만 가능한 옵션들 중 제법 현명한 선택만 가능할 뿐. 그리고, 선택된 옵션들은 분명한 결과를 자초한다는 것.

사회적 정의 또는 정치적 양심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작금의 대한민국이 불가피하게 직면하는 외교/안보적 딜레마[dilemma]. 그 고민 가운데 떠오른 표현이 바로 Silver Bullet. 강대국들 틈새외교도 어려운데 '우리 민족끼리'라는 신기루(?) 또한 쉽게 피해가기 어렵더라? 누가 남전스님처럼 "옛다, 여기 '씰버 뷸렛'이 있느니라!" 외쳐주리오. 사정이 그러하니, 늘 주님의 가호(加護)를 빌 뿐입니다.
Shalom!

<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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