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넘치는 스마트폰

2018-03-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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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가 가능하면서 컴퓨터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처음 개발한 사람은 프랭크 캐노바다. 1992년 IBM에 근무중이던 그는 컴덱스 컴퓨터쇼에서 ‘앵글러’란 이름의 스마트폰 원형을 선보였다.

이 폰은 1994년 벨사우스가 ‘사이먼 퍼스널 커뮤니케이터’란 이름으로 대중에 팔기 시작했는데 이 기기에는 통화와 팩스, 이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기능이 들어 있었다. ‘스마트폰’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그 이듬해인 1995년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널리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일본의 NTT도코모가 i모드를 이용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부터다. 이 폰은 2001년 4,000만 명의 이용자가 있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으나 느린 속도에 제한된 기능으로 2000년대 중반 등장한 블랙베리에 주도적 자리를 내주고 만다.


그러나 전세계 스마트폰 열풍을 주도한 것은 2007년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이다. 자판이나 펜을 이용해야 했던 과거 폰과는 달리 터치 스크린 방식으로 인터넷 검색과 동영상 시청, 사진 및 비디오 녹화는 물론 웬만한 컴퓨터 기능을 대치할수 있도록 고안된 이 폰은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로 올려놨다.

그 후 수많은 스마트폰이 등장했지만 그 기본적인 구조는 애플의 아이폰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세계 스마트폰 판도는 앤드로이드 체계를 운영 방식으로 한 삼성 갤럭시가 시장 점유율 20%, 애플이 14%로 1, 2위를 다투고 있다.

스마트폰은 그것 하나로 영화와 음악, 사진과 동영상을 즐기며 인터넷을 검색하고 텍스팅을 보내는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운전 사고로 미국에서 매년 1,000명이 스마트폰 사용 중 발생한 교통 사고로 사망하고 있다.

파머스 보험사 조사에 따르면 운전사 중 20%가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 경험이 있으며 특히 대학생은 90%가 운전 중 텍스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 중 텍스팅을 하면 사고 확률이 6배가 높아진다.

지난 10년간 세계인을 홀린 스마트폰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매년 두자리 수 성장을 계속해 온 스마트폰 판매는 작년 2.7% 늘어나는데 그쳤으며 마지막 3개월간은 사상 처음 오히려 감소했다. 이처럼 신종 스마트폰 구매가 줄고 있는 것은 새로 나온 폰의 기능이 전년 모델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새 모델로 바꾸는 기간은 날로 길어지고 바꾸더라도 새 폰이 아닌 옛 모델을 개비한 폰(refurbished phone)을 찾고 있다. 2014년만 해도 미국인들은 23개월마다 새 폰으로 바꿨으나 이제는 31개월마다 바꾸며 내년에는 이 기간이 33개월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개비 폰은 과거 중남미나 아프리카로 주로 팔려 나갔으나 요즘은 미국 시장이 개비 폰 판매의 93%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판매가 줄자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가격을 올려 이를 만회하려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렀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새 아이폰이나 갤럭시 9 모델 가격은 1,000달러를 넘을 정도로 비싸졌는데 이것이 소비자들의 구매를 더 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처음 농사를 지을 때 제일 좋은 땅에 짓기 시작하기 때문에 나중에 경작지를 넓혀도 면적 당 수확량은 전에 비해 줄어든다는 이론이다. 기존 스마트폰에도 웬만한 기능은 다 있기 때문에 이를 능가하는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전성 시대도 저물어 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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