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지던트 연휴, “여행갈까?”라는 나의 제안에 집에만 있을 거라던 아이들은 정말 온종일 집콕이다. 그간 충분한 여행을 즐겼는지, 지난 1주일 원스탑 한국여행이 힘들었는지, 어쨌든 “여행 경비는 굳었네” 흐뭇하던 나는 4일간의 대장정을 겪곤 후회하고 만다. 기본밥상, 간식, 루틴을 끝내면 머리가 아프다. 우리집 종이비행기 전문가 유빈군과 책만들기 전문가 세빈군, 귀여운 그림 전문가 아빈양 덕분에 거실은 온통 종이로 뒤덮여 발 딛기도 힘들다. 하루 일과를 본인들이 관리하는 덕에 아이들은 하고 싶은 걸 다해보고 나는 내버려둬본다.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를 무렵 연휴는 끝나고, 아픈 유빈을 남기고 학교에 갔던 세빈, 아빈은 돌아와 연휴의 여파 탓인지 피곤해했다. 중요한 버디 어셈블리 스크립트를 잃어버린 아빈은 “자기가 식탁 위에 잘 둔 걸 누가 치웠냐”며 큰소리다. 자기 물건은 가방에 잘 넣어두라고 그렇게 일렀건만. 평소 같았으면 이쁘게 말해주었을 나는 연휴 뒤 끝나지 않은 유빈이 간병으로 스트레스가 쌓였는지 “엄마가 어디다 두랬지? 근데 넌 어떡했지? 어떡할거야? 버디어셈블리 못하겠네?”라며 아이를 면박주기 시작한다. 아빈은 한마디 반박도 없이 태권도로 직행하고, 다녀온 뒤 우린 스무고개 끝에, 아이가 자던 틈에 내가 가방에 넣어둔 걸 기억해낸다. “엄마 잘못이네!”라며 웃는 아빈에게 미안했다.
자기 전 아빈양이 물었다. “엄마! 내가 잘못할 때도 영원히 사랑해?” Even though, Forever가 절실히 와닿는 순간이다. “당연하지, 엄마는 언제나 사랑하지!”라고 말하면서도 진심 화내던 내모습을 떠올라 미안했다. “엄마가 화나 보일 수 있지만, 강조하려고 세게 말한 거지 화난 건 아니야. 그랬다면 미안해.”
아빈이도 내가 화내던 순간 당황했을 거다. 하지만 “미안해, 영원히 사랑해”라는 말을 들은 뒤 아빈은 곧바로 안정된 미소를 보내왔다. 내 미안함의 표현과 긍정적 대화 속에 아이는 감추었던 당혹감을 버리고 곧 행복한 자아를 찾아간다.
사람 대 사람으로 이해해주는 것 같다. 엄마가 화난 이유, 미안함의 표현, 긍정의 언어 속에서 완벽하지 않은 사람간에 서로 이해해주며 도와줄 수 있단 걸 체득하는 것 같다. 나자신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기에 서로 이해해주고, 또 이해받을 수 있도록 설명하고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이는 나에게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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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 (검색엔진컨텐츠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