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헬스케어의 비효율성

2018-02-26 (월) 김장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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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의 비효율성

김장원 공학박사

최근 신문기사에서 한국에 사는 김미영 씨의 슬프고 안타까운 사연을 접했다. 그녀의 아이는 소아 당뇨병을 앓고 있어서 하루에 10번 이상 혈당을 확인하고 관리 받아야 한다.

세상 모든 어머니의 마음으로 열심히 조사한 결과 채혈 없이 혈당량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를 해외에서 찾아냈고, 한국에 어렵게 가져왔다.

큰 효용을 느낀 그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용 후기를 올렸고, 그 후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부모들에게 도와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았다. 그 후, 그녀가 대가 없이 기기 수입부터 사용법까지 도와준 1형 당뇨 아이들이 지금까지 100여 명이다. 그리고 그녀는 식약처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식약처의 고발 사유는 의료기기 무허가 수입 판매와 측정기 광고다. 물품대금을 받고 판매처에 금액을 전달했으므로 의료기기 수입판매를 한 셈이며, 측정기 사용 후기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으니 광고를 한 셈이라는 것이다. 곧 검찰에 송치된다고 한다.

비슷한 처지의 다른 부모들에게 대가 없이 구매대행을 해준 행위가 의료기기 수입판매로 간주된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고, 사용 후기를 온라인에 올린 행위가 상품 광고로 간주되는 것은 놀라웠다.

결국 법정에서 무죄가 된다고 해도, 김미영 씨는 의료기기법 적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모르고 남을 도와줬다는 이유로 많은 비용과 고통을 감당해야 하게 되었다.

의료기기 무허가 수입판매와 허위광고는 금지되어야 하지만, 그 법의 취지는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식약처의 조치는 안타깝게도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괴롭히고 말았다.

김씨 덕분에 편리한 기기를 사용할 수 있었던 아이들과 그의 가족, 김미영 씨를 다른 환자들에게 소개해줬던 서울삼성병원 교수까지 300여 명의 탄원서와 상황 설명이 왜 법정까지 가야만 고려될 수 있을까?

단지 소아당뇨병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런 비효율성과 납득하기 어려운 규제/행정은 어떻게 개선될 수 있을까?

미국은 어떠한가? GDP의 17%가 헬스케어에 쓰이지만 그 결과는 처참하다. 최근에 본 기사는 오늘날 미국의 헬스케어 분야가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만 증대시키겠다는 의식이 팽배해 기존의 비효율성을 혁신하기 보다 현상유지에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 때문인지, 의료서비스의 비효율성을 바꾸려는 노력이 전 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특히, 기존의 이해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다른 IT 기업들의 참여가 눈에 띈다. 제약회사, 병원, 보험회사와 협력할 뿐 아니라 독자적인 서비스 개발/개선에도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다양한 시도와 연구결과가 보고된다. 기술개발과 혁신으로 하루빨리 효율성이 크게 개선되기를 바란다.

<김장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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