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부채춤

2018-02-22 (목) 12:00:00 이영숙(몬트레이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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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도 아름다운, 고귀함을 자랑하는 부채춤은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춤 중의 하나다. 접고 펴고 돌리면서 만드는 꽃 모양은 마치 마음의 문이 열리면서 밝은 태양의 빛이 그 안에 가득찬 느낌이다. 부채 끝으로 연결하며 만드는 파도치기 역시 기쁨에 솟구치는 분수같이 감탄을 자아낸다. 서로의 끝 줄로 하나가 되면서 만드는 산의 선은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산의 모습처럼 말없이 본분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전통과 현대를 잘 응용한 춤사위는 조용히 가라앉다 약동하는 우리 선조의 조화로운 기상을 잘 나타내주고, 물결같은 움직임은 우아함과 포근함으로 감싸주는 듯하다. 소박하고 운치어린 움직임은 밝고 화사한 의상 속에서 독무와 군무를 한 스토리로 잘 표현하고 있다.

부채춤을 본 아이들은 그 화사함과 아름다움에 빠져 선뜻 부채춤을 배우고 싶어한다. 4살 때부터 부모의 손을 잡고 와서 열심히 배운 결과 주류사회에서 많은 공연을 한 아이들이 지금은 고등학생, 대학생이 된 이들도 있다.

오랜 세월 주류사회에 우리 문화를 알리는데 큰 공을 세워준 학부모들, 우리만큼은 이해를 못해도 한국 예술을 아끼고 사랑해준 아이들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부채를 잡고 펴고 돌리는 과정은 한걸음씩 서로의 마음을 합해야 만들어갈 수 있는 공동의 작업이다. 설령 맘처럼 쉽게쉽게 동작이 되지 않아 벽에 부닥칠 때도 있지만 부채춤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춤사위로 인해 다시 도전하고 또다시 연습에 몰두하게 된다. 벌써 2월, 예정된 봄, 여름 공연날짜가 성큼성큼 다가올수록 맘이 급해지지만 나는 한 동작 한 동작 춤사위 연습시키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한땀 한땀 흘린 수고들이 탄성을 자아낼 부채춤으로 탄생할 날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간혹 작은 실수, 미숙한 장면이 있으면 어떠랴. 아이들의 그 모습까지도 관람하는 모든 분들에게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그들은 모두 다음 세대의 친한파로 동포사회나 한국사회에게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지금은 어리지만 우리 문화와 예술 속에서 성장한 그들이 훗날 동방의 작은 나라, 자랑스런 한국을 기억하면서 한국에 대한 호감을 갖고 생활할 것이다. 주류사회에 한국 문화를 전하면서 ‘아이 러브 코리아’를 외칠 것이다.

<이영숙(몬트레이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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