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있기만 해도…

2018-02-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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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이 후반부로 접어들었다. 스키나 스노보드, 스케이트 혹은 썰매를 타고 사람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지, 어떤 아찔하고 아름다운 곡예를 펼칠 수 있는지, 인간의 몸은 어느 정도까지 단련이 가능한지 그 극한을 확인하는 축제이다. 전 세계 시청자들은 매일 TV 앞에 모여서 선수들이 찬바람 거센 평창의 눈밭에서, 얼음 위에서 땀 흘리며 질주하는 광경을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그런데 TV 속 선수들이 0.1초, 0.01초를 다투며 질주하는 동안 TV 밖 시청자들은 어떤 모습일까. 필시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퍼져 앉아있거나 아예 벌렁 누워있을 것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쉬는 시간이니 최대한의 편안함을 누린다고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그것이 평소 가장 익숙한 자세라면 문제가 있다. 앉아있거나 누워있을 뿐 서있는 모습을 별로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운동이라고는 남이 하는 것을 보는 것 외에는 하지 않고, 가능한 한 덜 걷고 가능한 한 앉아만 있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직립보행’ 덕분에 다른 네발 달린 동물들과 갈라져 만물의 영장으로 진화한 인간이 현대에 이르러 ‘직립’도 하지 않고 ‘보행’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사무직 직장인의 하루를 살펴보자. 잠자리에서 일어나 출근준비를 마치고 자동차에 타면 일단 앉는다. 앉은 자세로 운전해 직장에 도착하면 이번에는 책상 앞에 앉아서 8시간 근무. 다시 자동차를 타고 앉은 자세로 운전해 집에 도착하면 다시 앉는다. 식탁 의자에 앉아서 식사하고, 소파에 앉아서 TV 보고 … 그리고 나면 자는 시간. 침대에 눕는다.

자는 시간을 빼고 미국인들은 평균 하루 7시간을 앉아서 지낸다. 좌식생활이 얼마나 건강에 해로운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좌식생활은 또 다른 흡연이라고 불린다. 그만큼 건강에 나쁘다는 말이다. 보통 심장질환, 당뇨병, 비만, 고혈압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앉아있는 시간의 양이다. 매일 운동을 해도 운동 후 앉아있는 시간이 길면 운동으로 얻은 건강 효과를 다 까먹어 버린다는 것이다.

원인은 인간의 몸은 원래 움직이도록 디자인 되어 있기 때문이다. 몸이 움직이면 온몸의 세포들에 신호가 가면서 각 세포들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열량이 공급된다. 꼭 운동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가볍게 걷거나 일어나서 움직이기만 해도 몸은 에너지를 쓴다. 반면 앉아있으면 이런 과정이 생략돼 몸은 에너지를 쓰지 않게 되고, 대신 지방축적 과정이 바빠진다. 좌식생활이 뚱보를 만드는 배경이다.

희소식은 굳이 힘들게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서있기만 하면 날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매요 클리닉 연구결과에 의하면 하루 6시간을 앉아있는 대신 서있으면 1년에 5파운드를 뺄 수 있다. 앉는 대신 서 있으면 분당 0.15 칼로리를 더 연소시킨다. 하루 6시간 서있으면 54칼로리(체중 143 파운드 성인기준)를 추가로 소모하면서 1년이면 5.5파운드, 4년이면 22파운드 체중감량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만큼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가능한 한 자리에서 일어나자. 서서 일할 수 있는 책상을 장만한다면 최선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자주 일어서자. 서있기만 해도 살이 빠진다는 데,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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