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의견-고향의 봄을 가르치며

2018-02-19 (월) 이영숙 / 몬트레이 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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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도 서툰 생소한 언어로 우리의 동요를 배우는 타민족 학생들이 있다. 어렵지만 새롭게 알아가는 기쁨으로 열심히 연습하면서 배우는 이들의 순수한 모습은 따스하고 정겹고 아름답다. 비록 복숭아꽃, 살구꽃, 울긋불긋 같은 단어들이 자기 맘대로 발음이 안 돼 힘들어도 하고 살짝 긴장도 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하고 정확하게 부르려고 애쓴다.

그런데 타민족 학생들과 리듬에 맞춰 이 노래를 연습하다 보면 가사에 실린 그리움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아무 계산 없이 의미나 뜻도 모르면서 열중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작은 위로를 받는다. 세상의 각박함과 이기적인 다툼에서 지쳤던 생각들이 순간 날아가 버린다. 오히려 따지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이들의 순수함에 고마움을 느끼면서 좋은 기운을 받는다.

어릴 때부터 음악이 좋아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언젠가 성악 선생님에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 왜 저는 선생님과 같은 소리가 나지 않을까요.” 그때 선생님은 무엇이든 일정 수준에 오르려면 올바른 지식 습득과 열심을 다하려는 의지, 그리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해주셨다.


어떻게 30년의 배움과 10년의 배움이 같을 수 있느냐면서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노력과 시간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격려해주셨다. 그 말에 힘을 얻어 지금까지 배움의 길을 놓지 않았다.

아이들도 나처럼 배우는 기쁨이 얼마나 삶을 충만하게 하는지 느끼길 바란다. 배움을 인연으로 아이들과 만나는 것이 나에게는 더욱 뜻 깊다. 우리의 희망과 기대, 알 수 없는 결과들이 맺어져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이영숙 / 몬트레이 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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