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활절 단상] 어느 수도사의 눈물

2024-03-29 (금) 대니얼 김 사랑의 등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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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부활절을 맞으면, 한국의 강원도의 산골 가톨릭 수도원에서 수도하던 60대의 K 신부를 생각한다.

수도원에서 K 신부는 새벽부터 잠들 때까지 밭에서 곡식과 야채, 과일나무를 기르며 즐겁게 노동하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기도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영적인 교류를 통해 행복한 삶을 살았다.

수도원 생활 8년째가 되었을 때 K 신부가 기도 중에 자신만의 행복한 순간들이 세속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빈자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자신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K 신부는 하나님께 수도원 밖의 세속으로 돌아가 병들고, 아무도 돌보지 않는 빈자들을 돌보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간구했다. 어느 날 새벽녘 꿈속에서 “네가 가서 하려무나”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새벽 기도를 마친 후 수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원장 신부는 K 신부에게 물었다. “무슨 중대한 일이 있는지요?” K 신부는 대답 대신 흐느끼며 울었다. “원장님, 저를 세속으로 보내주세요. 하나님을 만나고 사랑받은 수도사로서의 신앙생활이 행복했습니다. 그렇지만 세속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빈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원장 신부는 물끄러미 K 신부를 응시한 후 “세상에 나가 빈자들을 돌보고 그들에게 사랑의 등불이 되세요.”라고 허락해주었다.

서울교구로 돌아온 K 신부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빈자들의 급식소에서 일하고, 일이 끝나면 서울 역사 안의 바닥에서 돗자리를 깔고 지내고 있는 노숙자들을 찾아가 위로하고, 때로는 함께 잠을 자기도 하면서 병자에게는 교회의 병원에 부탁하여 무료진료를 받게 해주었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베풀며 82세로 선종하기 직전까지 빈자들을 위해 자비를 베푸는 삶을 살았다.

K 신부가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 때, 그의 눈물이 나의 마음 심연으로 흘러들어왔다. 부활절을 맞이하여 K 신부처럼 빈자를 구제하며 이타의 삶을 살아갈 것을 마음속에 다짐한다.

<대니얼 김 사랑의 등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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