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식어가는 올림픽 열기

2018-02-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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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열기를 잊을 수 없다. 그전까지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 정도로 인식되던 한국 이미지가 이를 계기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경제 강국으로 새롭게 부각됐다. 선수들도 열심히 뛰어 소련, 동독, 미국 다음으로 4위에 올라서는 기적을 이뤄냈다.

그 후 30년이 지난 지금 평창에서 동계 올림픽이 열리고 있지만 열기는 그 때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대기업과 지방 자치 단체에 강매에 가까운 티켓 구입을 독려했지만 지금까지 티켓 판매율은 60% 정도에 그치고 있다. 여론 조사 결과 올림픽 경기를 보러 평창에 직접 가겠다는 국민은 전체의 8%에 불과하다.

대대적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올림픽 개막식 참가자들은 5시간 동안 지붕이 없는 식장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고생했는데 이는 374억 원의 지붕 공사비용을 절약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창 올림픽 적자 규모가 1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 스미스 칼리지의 앤드류 짐발리스트 경제학과 교수는 평창 올림픽에 130억 달러의 예산이 들어갔지만 티켓 판매 부진 등으로 회수액은 25억 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주장이 맞다면 110억 달러의 적자를 낸 19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의 뒤를 밟는 셈이다. 짐발리스트의 계산에는 고속철 등 부대시설 비용도 포함돼 적자 폭이 커졌지만 이를 빼더라도 올림픽 조직위에 따르면 3,0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올림픽을 치렀다가 적자를 본 나라가 한국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적자 폭은 커지고 이와 함께 올림픽을 주최하려는 열기도 식고 있다. 1997년에는 2004년 하계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12개 도시가 경합했다. 그러나 2024년 올림픽 유치에 뛰어든 도시는 LA와 파리뿐이다. 겨울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1995년에는 2002년 게임을 위해 9개 도시가 경쟁했지만 2011년에는 3개 도시만 유치를 신청했다.

한 번도 올림픽을 해 보지 않은 나라가 치러야 할 비용은 크다.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에는 510억 달러가,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때는 450억 달러가 들어갔다. 이미 치러본 나라도 적자가 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짐발리스트 교수는 다음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을 치르는데 150억에서 200억 달러의 경비가 들지만 수입은 40억에서 50억 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는 114억 달러의 경비가 들었지만 32억 달러밖에 못 건졌고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는 76억 달러가 들었지만 수입은 16억 달러에 불과했다.

적자가 나더라도 관광 수입 등으로 메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런던 올림픽 때 영국을 찾은 관광객은 오히려 전년에 비해 6% 줄었다.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 열리면 복잡하고 요금이 오른다는 이유로 방문을 피하고 있다.

올림픽 때 지었던 경기장도 문제다. 강원도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향후 올림픽 경기장 관리에 연 101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4년 치러진 인천 아시안 게임도 경기장 운영으로 이미 연 110억, 누적 적자 354억 원을 안고 있다.

올림픽으로 국위 선양하는 것도 좋지만 한국은 그만 하면 국제 스포츠 대회는 충분히 유치했다. 다음에는 과연 그것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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