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능 중 ‘안녕하세요’라는 프로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경험들을 재밌고 감동적으로 풀어주어 인생에서 만나는 고비에 대한 대처법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오늘 나온 한 엄마는 어린 딸을 미혼모로 낳고, 친정에 맡긴 채 혼자 살고 있는데, 돈을 벌어 아이를 데려와 좀 더 잘사는 원래 목표와 달리, 그저 혼자 살며, 외로움에 술을 마시고, 늘어나는 빚에 딸아이는 그대로 친정살이. 그런 삶의 루틴에 젖어 죄책감도 없다.
어린시절 열등감, 놀림, 바쁜 엄마의 무관심, 따뜻한 말에 대한 그리움, 부모님의 엄격한 대처로 내면이 아팠던 그녀는 그때의 그 상처를 똑같이, 자신의 딸아이에게 주고 있다. 게다가 지금의 자유로움을 포기하기 싫다는 그녀가 어처구니없으면서도 자유로움에 대한 그리움. 이해도 된다. 패널들은 속이 상해 말한다. “자유를 포기하고 딸아이를 1순위에 두어야 해요.”
부모는 상당 부분 자기 인생을 포기하며 아이와 가족을 채운다. 나의 1은 아이에게 아이에게 가고, 1이 부족한 나는 1을 더 받거나 만들거나 가져와야 한다. 아이가 어린 시절, 시댁, 친정 도움을 받으며 조금씩 충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받을 곳이 없다면 나의 에너지를 높이거나 부족한 삶을 인정하는 것. 지극히 단순하고 논리적이다. 이유와 결과가 명확해지는 순간 조금은 참아지지만, 안다해도 포기하는 건 역시 힘든 일이다.
지인 중 몇은 아이를 낳을 때마다 시댁과 친정에서 릴레이 원정 육아를 와주신다. 6개월, 1년… 지칠 법도 하건만, 그분들은 이때까지 희생한 당신들의 인생을 조금더 포기하고, 아픈 허리와 미국 땅의 적막함도 뒷전으로 손주를 돌보시며 자녀들이 좀 더 일하도록 멋지게 도우신다. 나는 그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다짐한다. 나도 그런 엄마가 기꺼이 되어 주겠노라고. 발벗고 뛰어야 할 이 시기의 너를 온전히 지지하기 위해 나는 그렇게 기쁘게 내 노년을 포기해주겠다고.
그러고 보면 자발적 포기는 아프지 않은 것 같다. “너 때문에”라는 수동적 포기는 그토록 마음이 상하지만, “너를 위해”라는 능동적 포기는 더 생동하는 것 같다. 선택의 문제가 아닌 그저 지나가야 하는 과정이라면 기쁘게 포기하고 협조하고 싶다. 막내 유빈군이 5살인 지금의 나는 앞으로도 포기해야 할 게 많음이 분명하지만 “너를 위해”를 기쁘게 선택하며, 포기된 내 인생 역시 조심스레 찾아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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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 (검색엔진컨텐츠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