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로씨 작 ‘고양이’
김영진씨 작 ‘자동차’
이상미씨 작 ‘파스타’
판화의 다양한 기법과 표현 방식을 한 자리에서 감상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앤드랩(ANDLAB) 갤러리가 오는 10일부터 한달간 선보이는 신년의 문을 여는 한국작가 3인의 판화전은 어떠한 주제로 개념 부여도 없다. 이상미·김미로·김영진씨의 작품들이 미로와 같은 동선을 따라서 가슴 높이로 나열돼 있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문득 어느 지점에 시선이 머물고 갤러리를 나서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느껴질 수도 있다. 새해의 문을 여는 앤드랩 갤러리가 편안하지만 깊은 느낌으로 판화를 모르는 사람도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소장 가치가 높은 작품들을 자연스레 만나도록 기획한 전시다.
앤드랩 갤러리는 칼스테이트 롱비치 박선욱 교수가 운영하는 앤드랩 미술·디자인 연구실의 부속 전시공간이다. 지난 18년 간 50여 차례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통해 LA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신인 및 중견 작가들과 해외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3인의 작가들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 이상미씨는 타자와 자신의 관계와 그 안에서 발생하는 감정에 대한 사유를 중첩된 유연한 선과 묵직한 물성을 통해 표현한다. 못이나 빗, 가위 등 일상의 무심한 사물들이 작가가 경험하는 타인으로서 중첩된 선들의 순환적인 움직임으로 눈앞에 나타난다. 이들은 붙이고, 뜯어내고, 긋고, 바르고, 갈아내는 콜라그래프의 판 만들기의 행위를 통해 더욱 극대화된다.
김미로씨는 자연물이나 동·식물 등의 형상을 새로운 각도에서 중첩시켜 또 다른 조합을 만들어낸다. 실험의 핵심은 ‘모은다’는 행위와 예상치 못한 갈등과 충돌에서 떨어져 나오는 ‘삶의 조각들’이다. 이 조각들을 되짚어가며 패턴화 시킨 작가의 행위는 스스로를 치유하면서 타인에게는 색다른 의미 작용을 할 수 있는 기호가 된다.
김영진씨는 자동차, 보트, 배 등으로 표상되는 과학 발달의 산물들을 통해 현대인의 신화를 표현한다. 기계적인 구조와 인간 본성을 드러내는 유기적인 이미지를 결합하여 인간의 현재와 미래를 재해석하는 것. 그의 작업에는 에칭과 아쿼틴트 기법이 많이 동원되어 그만큼 정교하고 섬세한 이미지로 묘사된다. 다양한 플롯이 공존해 시각적 무게감이 또 다른 관전포인트.
개막 리셉션은 오는 10일 오후 5시 다운타운 앤드랩 갤러리(600 Moulton Ave. #303)에서 열린다. 문의 (323)823-2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