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창, 추위와의 싸움

2018-02-07 (수)
작게 크게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는 가난한 구두장이가 등장한다. 구두장이는 열심히 일해도 품삯은 헐하고 곡물은 비싸서 그날그날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 특히 살기가 힘든 것은 겨울. 러시아의 겨울은 너무 추워서 모피 외투 없이는 견딜 수가 없는데, 구두장이는 외투 하나로 아내와 공동으로 입고 있다. 그나마 다 해져서 ‘올 겨울에는 새 모피 외투를 장만해야겠다’고 벼르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유라시아의 북쪽 땅 러시아는 혹한으로 유명하지만 지금 맹추위로 가장 주목 받는 곳은 평창이다. 2018 동계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평창에 도착한 각국 대표단과 취재단, 방문객들은 “정~말 춥다!”를 연발하고 있다.

개막일인 9일 평창의 기온은 섭씨 영하 5도에서 영하 10도 사이로 예상되는 데 이 정도면 러시아 추위에 버금간다. 같은 날 모스크바의 기온은 섭씨로 최고 영하 4도, 최저 영하 11도로 예고되었다.


게다가 저녁 8시 개막식이 열리는 평창올림픽 플라자는 지붕도 없고 중앙난방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은 열린 공간이니 참석자들은 매서운 찬바람에 그대로 노출이 된다. 체감 온도가 영하 17~18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동계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나이지리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에콰도르 등 따뜻한 나라 선수들이 그 추위를 어떻게 견뎌낼지 새삼 걱정이 된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역대 동계 올림픽 중 가장 추웠던 1994 릴레함메르(노르웨이) 올림픽의 기록을 이번 평창 올림픽이 갈아치울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릴레함메르의 기온은 영하 11도. 평창이 그 보다 덜 추우리라는 보장이 없다.

혹한 속에 대회가 치러지는 만큼 눈길을 끄는 것은 방한 대비. 우선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개회식에 참석하는 모든 관람객에게 손 핫팩, 발 핫팩, 방한모자, 발열 방석, 무릎 담요, 바람막이 우의 등 방한용품 세트를 지급한다.

한국 대표팀은 히말라야 롱 코트를 입고 개막식에 참가할 예정. 한국 선수단 공식단복을 맡은 노스페이스가 개회식과 폐회식에 맞춰 특별 제작한 것으로 히말라야 같은 설산에서 활용될 만큼 보온성이 뛰어나고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방한 대비로 가장 완벽한 팀은 미국 대표팀. 미국 선수들은 일종의 히터 파카를 입는다. 랄프 로렌이 특별히 만든 최첨단 스마트 의류이다. 파카 안쪽에 얇은 배터리가 부착되어 있어서 스위치를 누르면 옷에서 열이 나는 발열 코트이다. 히팅패드를 몸에 두른 듯 입고 있으면 훈훈해지니 추울 일이 없다.

리튬 배터리를 이용한 발열 스마트 의류가 나온 지는 몇 년 되었다. 작은 배터리를 포켓 등에 보관하게 만든 발열 조끼, 바지, 장갑, 양말, 모자, 파카 등이 주로 모터사이클, 스키 등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애용되고 있다. 발열 바지를 입고 눈 더미 위에 앉으면 눈이 녹는다고 한다. 추위라는 외부 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말이다. 이번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스마트 의류가 널리 대중화할 것 같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