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째 아들 세빈네 학교는 제법 여러 활동들이 있다. 오늘 세빈은 롸이터스 웍샵에 참가하는데, 이 아이는 세상에서 글 쓰고, 스토리 짜고, 완성하는 일을 가장 좋아라 한다. 머릿속에 있는 수많은 생각들을 정말, 펜이 움직이는 대로 써나가는 게 정말 재미있나 보다.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내가 한국일보 ‘여성의 창’에 기고할 글을 준비하는 1주 동안, 나는 머릿속에서 수많은 드라마를 찍는다. 그리고 생각의 가지치기는, 자신이 얼마나 생각을 펼쳐나갈 준비와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나 또한 몸소 느끼게 된다.
아마 내 기억에 세빈이는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흥미가 있었는데 - 역시 남자들만의 엉뚱한 상상들이어서인지 여자인 나에게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 그런 자신의 본능적 엉뚱함을 글로 쓰며 자연스럽게 희열을 느꼈던 것 같았다. 그러곤 어느새 표현과 스타일을 달리하며 난이도를 조금 높여가는 중이다.
그런 아이에게 열정의 분출구를 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왜냐하면 나 역시 아이들 셋만 키우던 그때, 뭔가 정의할 수 없는 인생의 큰 불만이 아닌, 그저 내 열정을 담을 곳이 없어서 끓어오르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때의 내 삶의 먹먹함이 그저 좋아하는 그 아이를 보며 부러움으로 다가왔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 육아의 철칙이 되었다. ‘열정 발산하기’ 아빈이와 유빈이에게도 그러려고 한다. 이젠 아이들이 어지럽히고 당황스런 무언가를 만들어낼 때, 10여분을 집중하는 그때 조용히 내버려둔다.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구나.
사람은 크면서 만족감을 느끼고 살아야 한다. 그게 사회적 명예나 부, 권력인 사람도 있고, 남과 비교했을 때 나의 우월함일 수도 있고, 아니면 세빈이처럼 그저 스스로의 만족감일 수도 있다. 그 어떤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없지만, 어쨌든 그 만족감을 위해 남과의 비교가 아닌 나 스스로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게 얼마나 편하고 솔직하고 안정감이 있는지 생각해본다. 남과의 비교를 통한 만족감은 늘 불안하고 부족하지만, 나 스스로에 대한 것은 오직 나를 성장하게 하니까.
나는 오늘도 아이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 그 아이의 자연스러운 행동이, 인위적인 성공과 비교를 염두한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런 목적을 운운하던 나에게 또다른 일침을 가해준다. 그러고는 나는 조금 아프고 찔린 마음으로 또 하루를 새롭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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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 (검색엔진컨텐츠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