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갈과 개구리

2018-02-06 (화)
작게 크게
왜 전쟁을 하는가.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역사학자 윌 듀런트에 따르면 인간의 역사가 기록된 3412년 동안 전쟁이 없었던 기간은 286년에 불과하다. 그러니 그 설명이 쉽지 않다.

냉전종식 후 그런데 한 가지 뚜렷한 현상이 발견된다. 국가 간의 전쟁이든, 이데올로기 분쟁이든 지구상에서 분쟁이 40% 정도 준 것으로 유엔은 밝힌 것이다.

이 냉전 후 시기가 그렇다. 그 어느 때보다 민주주의체제가 많이 늘었다. 그러니까 민주주의 체제가 늘면서 반비례로 전쟁은 줄어든 것이다. 이 현상과 관련해 대두된 주장은 민주주의체제 간에는 좀처럼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생명과학자 프랑수와 자콥은 관련해 ‘전갈과 개구리(The Scorpion and the Frog)’라는 우화를 통해 일종의 ‘체제 성품론’을 제시했다.

이야기는 전갈이 개구리에게 강을 건널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하는데서 시작된다. 개구리는 전갈이 독침으로 자신을 찌르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전갈은 독침으로 찌르면 개구리가 죽으면서 자신도 물에 빠져 죽게 될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킨다.

그 말에 개구리는 전갈을 등에 태워 준다. 하지만 강을 반쯤 건넜을 때, 전갈은 개구리를 찌르고, 둘 다 죽게 된다. 개구리가 왜 찔렀느냐고 묻자, 전갈은 설명한다. “나는 전갈이야. 그게 내 본성이라고.”

우화 속의 전갈은 광기로 가득 찬 전체주의 체제다. 폭압에 의한 통치, 그 연장선상에서 결코 전쟁을 포기하지 않는 전체주의 체제의 속성은 맹독이 든 침을 갖춘 전갈과 같다.

이 ‘전갈과 개구리’의 우화는 10여 년 전 한동안 워싱턴에서 회자됐었다. ‘햇볕정책’, 햇볕의 우화가 점점 설 자리가 없어져가고 있었다. 열심히 퍼다 주었다. 그런데 그 화답은 미사일발사실험에 이은 핵실험이었다.

“…‘햇볕정책’은 효과를 보지 못했고, 지난 8년 동안 북한정권에 뇌물을 준 꼴이 됐다.” 당시 미 언론의 지적으로 대한민국을 개구리로, 북한을 전갈로 비교했던 것이다.

패스트 포워드(Fast Forward). 정말이지 감동할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고 할까. 그게 지나쳐 비굴해 보일 정도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북한 정권을 섬기고(?)고 있는 자세 말이다.

그런데 돌아오고 있는 것은 온갖 몽니 짓에 수모뿐이다. 심야에 일방적으로 대남 통지문을 보내기 일쑤다. 올림픽 개막 전날에 열병식을 강행한다는 발표로도 모자라 올림픽경기 대회 개최날짜를 바꾸라는 생떼도 서슴지 않는다.

그 모습이 얼마나 딱해 보였으면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도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시간벌이용으로 한국정부는 순진한 생각 버리라는 충고를 하고 나섰을까.

“같은 방법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사람은 정신병자다.”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었던가. 언제 한국정부는 환몽(幻夢)에서 깨어날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