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양로원 방문

2018-02-01 (목) 12:00:00 이영숙(몬트레이 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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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들이 외롭게 지내는 양로원을 학생들과 방문해 즐거움과 웃음을 드릴 수 있어서 흐뭇했다. 아직 봉사의 개념은 모르지만 기쁨으로 이 행사에 동참하는 학생, 학부모들에게도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한때는 세상을 호령하면서 두려움없이 살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용한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위로해 드릴까 생각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인 것 같다.

자유로이 움직일 수도 없고 어눌한 표현 능력에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언젠가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받아들이며 살아야 하는 유한한 존재라는 생각도 깊어졌다.


방문한 우리들을 미소로 맞아 주고 묵묵히 한곳에만 시선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도, 무엇인가에 의지해야 되는 답답하고 공허한 마음이 밀려와도 찾아오는 우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는 모습에 뭉클함이 일었다.

학생들과 준비한 공연을 끝낸 후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하며 뒤돌아 나오니 또 다른 세상이 나를 기다렸다.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가 가까워졌는데도 세상의 권력을 두고 다투며 명예를 잡고자 눈이 먼 사람들이 가득 한 걸 보니 서글퍼졌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도 못하고 상대방을 비방, 조롱하면서 한쪽으로는 아첨을 떠는 두 얼굴의 사람들과 함께 내가 서있다는 것, 또 그들과 같이 걸어가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다.

본인의 거짓을 감추려 또 다른 말로 포장하면서 상대방을 모함하면서 상처를 주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받는다. 오랜 세월 신앙 안에서 자라서인지 그런 모습들이 오히려 나를 일깨어준다.

누구를 막론하고 세상을 작고할 때 부끄러움없이 하나님 앞에 서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지금은 순리로 선을 행하며 봉사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내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 믿는다.

그래도 이 세상에는 한가닥 희망이 있다. 어디서 누군가는 선을 나누며 바르고 정직하게 세상의 공평과 진리를 외치면서 사회의 선구자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희망이 솟는다. 어쩌면 희망은 현실에서 인내를 놓지 않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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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씨는 96년부터 몬트레이 지역에서 한국무용을 보급해왔다. 지난해 몬트레이문화원을 발족해 타민족 학생들에게 한국문화를 전하고 있다. 현재 SF민주평통 문화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영숙(몬트레이 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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