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두명의 언니가 있다. 유독 언니들을 잘 따랐던 나는 언니들의 말과 행동을 꼭 한번씩 따라해 보는 막내딸이었다. 사방에 책이 꽂혀 있는 방에서, 언니들과 라디오를 들으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은 나에게 너무 소중한 추억이다. 나는 우리 세 자매처럼 셋 딸을 낳는 것이 소원이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처럼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이 꿈이다.
우리들의 방이 책들로 수북이 쌓여 있었던 것은 책과 친근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어머니의 뜻이었다. 고전명작부터 역사를 다루는 책까지 다양한 책들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어머니가 집에 안 계시면 나는 재빨리 수화기를 붙잡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다. 컴퓨터 게임을 해도 되냐고 허락을 맡기 위해서다. “학습지 먼저 끝내 놓고, 책 30분 읽은 후에.” 어머니의 대답은 항상 똑같았다.
투덜거리며 전화기를 내려놓는 나의 모습 또한 항상 똑같았다. 시간이 흐른 뒤, 우리 세 자매는 가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정말 착한 딸들이었다고 얘기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학습지와 독서를 끝내지 못하면 정말 컴퓨터 게임을 하지 않았다. 어른이 된 후, 어머니의 교육법도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집으로 돌아오신 후에 우리의 학습지를 한번도 검사하지 않으셨으니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두 언니를 잘 따르던 아이였으니까, 학업에서도 언니들이 지나갔던 과정을 잘 따라갈 것이라고 믿으셨다. 세 딸이 모두 같은 명문대를 진학하기까지, 우리를 향한 어머니의 신뢰와 진심은 우리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가져다주었다. 학업뿐만 아니라, 나의 자아를 형성할 때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남들보다 힘든 사춘기를 보낼 때도,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답을 찾아낼 수 있도록 기다려 주었다.
책을 통하여 생각의 폭을 넓히고, 좋아하는 글을 쓰며 나의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때까지 어머니는 진심으로 나를 응원해 주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나중에 내가 누군가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 있든지 간에 나의 딸들에게만큼은 ‘우리 어머니처럼 좋은 엄마가 되자’라는 꿈은 확고했다. 우리 세 자매가 부모님의 사랑으로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받은 사랑을 우리 자녀들에게 그대로 전해 줄 수 있는 미래의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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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효(UC버클리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