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자의 글] 스트레스와 청구서

2018-01-18 (목) 12:00:00 방무심 / 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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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여 전부터 집 안 거실에서 방으로 가는 통로 밑이 따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냥 대수롭지 않게 별일 아니겠지 하며 지내다가 며칠 전에 PG&E 청구서를 받았다. 이런! 300불이 넘는 금액이 적혀 있었다. 보통 100불 정도를 지급하는데...

기어코 사단이 난 것이다. 웬만한 걱정은 미리 하지 않고 무시했던 나의 어리석음이라 어쩔 수 없이 Water co와 leaking co에도 연락해서 밝혀진 결과는 지반 콘크리트 속을 지나가는 온수 파이프에 균열이 생겨서이다. 일찍 조치를 취했으면 좋았을 텐데 뒤늦게 2주 동안 엄청난 스트레스를 지니고 살았다. 평소에는 천장에서 뚝 뚝 떨어지는 물만 새지 않으면 된다고 집사람에게 강조했던 것이 바닥의 콘크리트를 지나가는 파이프가 문제가 되었을 줄이야 …

후반기 인생살이에서 걱정거리 없고 건강히 지낸다면 눌은밥에 김치만 있어도 마음 편히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느끼는 요즈음 이었는데 갑자기 호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시간이 지나서 플러밍 회사와는 끝내고 마무리 작업인 벽을 붙인 페인터 한 분에게 금액을 지급하려고 청구서를 달라고 하였다. 그분은 인보이스를 내밀며 나에게 자기가 한 일과 약속한 금액을 적어 달라고 한다. 원 세상에! 일은 자기가 해놓고 한 일을 고객에게 적으라니... 보험회사와 관계되는 일이니 약간의 전문용어는 알아야 적을 것 아닌가! 다행히 아들 녀석이 곁에 있어서 부자지간 합작으로 적어 주고 체크를 끊어 주었다.

그런데 이분은 영어를 나 보다 훨씬 잘 한다. 그저 학교생활만 없을 뿐이었다. 더러는 이민을 온 한국 분들 혹은 직장이나 사업에서 언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분도 있을 줄 안다. 그러고 보면 영어를 잘 한다고 답답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힘들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이렇게 자기가 해놓은 일도 고객에게 매번 간청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있다는 것을 아시는가! 올해에는 우리 모두 더욱 긍정적인 생활로 마음 편한 생활이 되기를 바란다.

<방무심 / 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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