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막말의 끝판왕

2018-01-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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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통령 선거 유세 중 도널드 트럼프는 다른 것은 몰라도 막말에 관한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사실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멕시코 불법 체류자들을 보고는 “강간범”이라고 불렀고 TV 토론 중 진행자 메긴 켈리가 그의 과거 여성 비하 발언을 문제 삼자 “그녀의 어디선가 피가 나오고 있을 것”이라며 여성을 비하했다. 자신을 취재하던 장애인 기자를 조롱하는가 하면 공화당 전 대통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연방 상원의원을 보고는 “전쟁 영웅이 아니라 단지 포로로 붙잡혔을 뿐”이라고 비웃었다.

몇몇 사람들은 트럼프의 이런 막말 버릇이 대통령이 되면 좀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트럼프라도 백악관에 들어가면 그전에 보여줬던 것 같은 천박한 말은 자제할 것으로 본 것이다.

착각도 큰 착각이었다. 트럼프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막말이 자기 트레이드마크인 양 저속한 언어를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냈다. 자기를 비판한 여성 언론인 미카 브레진스키에 대해서는 “성형 수술을 해 더럽게 피를 흘렸다”고 쏘아대고 자신의 사임을 요구한 커스틴 질리브랜드 연방 상원의원에 대해서는 “내 사무실에 찾아와 선거 기부금을 구걸했다”며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인간”이라고 모욕했다.


그런 트럼프가 지난 주 차원이 다른 욕을 내뱉어 세계를 경악시키고 있다. 백악관에서 연방 상원의원들과 이민 개혁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트럼프는 아이티나 엘살바도르, 아프리카 같은 “똥통”(shithole) 국가로부터 이민을 받아야 하느냐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문이 커지자 트럼프는 강한 단어를 쓰기는 했으나 “똥통”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고 같은 자리에 있던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인 탐 카튼(아칸소)과 데이빗 퍼두(조지아)는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모임에 동석했던 딕 더빈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은 트럼프가 분명 그런 말을 했다고 확인했다. 이들 주장 중 어느 쪽이 더 신빙성이 있는지는 다시 물을 필요도 없다. 트럼프가 다른 말을 했다면 자기가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낸 더빈 의원을 가만 뒀을 리가 없다.

또 카튼과 퍼두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주장은 100% 거짓말이라고 봐도 된다. 백악관 공식 석상에서 그런 말이 오갔다면 들었으면 들었고 못 들었으면 못 들었지 기억을 못할 상황이 아니다. 이들의 비겁함이 딱하다.

트럼프의 이 발언은 공화 민주 양당 지도자들은 물론 유엔과 아프리카 등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아이티 출신 이민자를 부모로 둔 미아 러브 연방 하원의원(공, 유타)은 “그의 발언은 불친절하고 분열적이며 엘리트적이고 우리나라의 가치에 반한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 와중에 월스트릿 저널은 트럼프가 2016년 대선 말기에 자신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포르노 배우 스테파니 클리포드의 폭로를 막기 위해 그의 변호사인 마이클 콘이 13만 달러를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저널은 둘이 2006년 레이크 타호 골프 대회에서 만났으며 2016년 가을 ABC 뉴스가 그녀와 인터뷰 방송을 내보내기로 했었으나 이것이 돌연 취소됐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 최소 16명의 여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스스로도 여성의 허락 없이 이들의 성기를 만졌다는 사실을 시인하는 테입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런 인간이 누구를 보고 “똥통”이라고 하는지 어이가 없다. 2016년 트럼프에게 한 표를 던진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깊이 반성하며 한 해를 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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