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핵 강박증, 그 원인은…

2018-01-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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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은 미국과 북한 문제이니 남한은 끼어들지 말라’- 아주 천연덕스럽다. 게다가 능글맞도록 쇼맨십이 강하다. 2년여 만에 열린 남북대화에 모습을 드러낸 북측 대표 말이다.

‘평화’니 ‘민족끼리’니 하는 말을 아예 입에 달고 있다. 그리고 계속 미소공세를 편다. 그런 북측 대표가 한국측이 북한 비핵화 쟁점을 거론하자 안면을 싹 바꾸었다. 민낯이 드러났다고 할까. 불쾌감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핵문제에 껴들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회담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협박을 내뱉은 것이다.

새삼 한 가지 질문이 다시 떠올려진다. 왜 북한은 그토록 중증의 핵 강박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인가.

잘 알져져 있는 설명은 이렇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김일성에서 정일, 정은으로 이어지는 수령유일주의 체제 보호를 위한 자위용이라는 거다.


상당 부문 틀리지 않는 이야기다. 핵이 없는 독재자들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이라크의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가다피의 예에서 보듯이. 때문에 김정은 체제는 전 인민을 기아에 몰아넣으면서까지 기를 쓰며 핵에 매달리고 있다는 거다.

“거기에다가 아주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위클리 스탠더드지의 지적이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에서 그 사용빈도가 부쩍 는 용어의 하나는 ‘최후의 승리’다. 그 말은 다름 아닌 ‘김정은 체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의미한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 B.R. 마이어스의 설명이다.

체제보호를 위해서면 중거리 미사일 핵탄두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북한은 굳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핵탄두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이는 바로 한반도 통일이라는 장기적 목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핵 억지력(미국에 대한)을 확보해 한반도 문제에 미국이 끼어들지 못하게 한다. 그 결과 ‘머뭇거리는 미국’에 대한 한국국민의 불신감은 확산된다.

그 타이밍을 틈타 동맹관계에 쐐기를 박는다. 더 나가 동맹이 붕괴될 때 통일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그들의 계산이라는 거다. 그게 도대체 가능한 일일까. 적어도 북한 당국자들, 다시 말해 김정은과 그 추종세력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다.

그들의 계산이 맞아떨어져 그렇게 됐다고 치자. 그 때 북한이 얻는 것은 뭘까. 한국이 지닌 막대한 부(富)일까. 발상이 야무지기는 한데 한마디로 헛된 꿈이다.

무엇이 경제대국 대한민국을 가져오게 했나. 개방성과 세계화다. 북한주도로 통일이 이루어졌을 때 그 모든 것은 차단된다. 이와 동시에 대한민국이 그동안 이루었던 막대한 부도 물거품이 되고 만다. 다 같이 거지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5000만의 남한 인민’들은 촛불로 불의한 권력을 주저앉힌 전과(?)가 있다. 그런 5000만이 수령유일주의라는 도깨비놀음에 그대로 놀아날까.

북한 당국자들의 ‘야무진 꿈’은 그렇다고 치고, 문제는 꽤나 많은 ‘남한 인민들’ 그리고 또 상당수 정부당국자들이 ‘북한 핵은 순수한 자위용’이란 순진한(순진을 가장한 것인지도 모르지만)착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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