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고양이 한번 키워 보세요

2018-01-10 (수) 12:00:00 아리엘 송(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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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오래 다니던 직장을 건강 때문에 쉬고 있을 때 아는 사람 집에 고양이 4마리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예전부터 고양이를 좋아했던 나는 한마리만 달라고 부탁했다. 마침 그 집도 고양이 여러 마리를 키우기가 쉽지 않다며 쉽게 오케이 했다. 그 집에 들어서니 예쁜 고양이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중 누구를 데려갈지 몰라 서 있는데 내 신발 주변에서 부비부비 하는 털이 복슬거리는 아기가 집에 가자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게 신호라 생각하고 흔쾌히 데리고 왔다.

그리고 그 아기고양이에게 테디베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름처럼 깡총깡총 뒹굴뒹굴하는 모습이 아기곰 같이 사랑스러웠다. 난 테디 사랑에 폭 빠졌고 테디의 재롱에 세월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행복했다. 그렇게 테디는 무럭무럭 빨리도 자라 금새 아기 모습을 벗었고 밀림의 라이언킹 같은 위엄과 품위를 자랑할 정도로 멋지게 변해주었다.

테디가 자랄 때 나는 큰소리 한번 낸 적 없었고 혼낸 적이 없었다. 내 성격 자체가 순하거나 고분고분하거나 부드럽거나 헌신적인 스타일이 아님에도 무슨 이유인지 테디에게만은 시종일관 인자한 어머니처럼 대했다. 테디가 워낙 대견하고 어른스럽고 모범생 같긴 했지만 혼낼 만한 일이 있을 때도 사랑과 칭찬으로 일관했다. 물을 와장창 엎어도, 집을 나가 속 썩여도, 동생을 물어도 다 괜찮았고 화 한번, 소리 한번 낸 적이 없었다. 대신 오로지 사랑과 칭찬의 말만 해주었다. 물결정체 실험을 통해 언어의 파워를 보여준 일본 학자의 메시지처럼 나는 열심히 테디에게 공을 들였다.


그 결과 놀랍게도 신기하게도 테디는 사랑이 되어주었고 행복덩어리가 되었고 복덩어리가 되어주었다. 내 가족뿐 아니라 주위의 많은 이들이 테디를 보면 예뻐서 난리가 난다. 테디를 보면서 행복해하던 나는 인상까지 환해지고 편해지고 부드러워졌고 예뻐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20년만에 만난 친구는 “너의 예민하고 날카로운 성격이 얼굴에 나타났었는데 그게 다 빠지고 부드러워졌다”고 했다.

테디를 아끼고 사랑하고 보듬으면서 내면의 내가 치유가 된 듯하다. 참 신기하다. 그냥 고양이었는데 그 내면에 그렇게 엄청난 힐링 파워를 가진 수퍼캣이었다니. 그래서 강추한다. 고양이 한번 키워보라고. 특히 자녀들이 다 커서 집이 휑한 분들에겐 더욱더 권한다. 삶이 갑자기 너무 행복해질 거다. 그 변화는 상상 이상…

<아리엘 송(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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