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의견-뜻밖의 선물

2018-01-08 (월) 이경주 /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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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2017년의 뒷모습이 아쉽게 여겨지던 지난 12월 31일 오후 5시. 좁은 노인아파트의 창문으로 겨울의 짧은 해가 서편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숨어가는 석양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또 더해가는 나이를 서글프게 생각하고 있는데 똑똑 힘찬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출입문을 여니 예쁘고 앙증스런 꽃바구니를 건네준다. 보낸 사람의 카드를 보니 ‘주미 대사관 국방무관 표세우’이다. 빨간 장미, 연분홍 카네이션, 물색 수국, 붉은 히아신스, 보라색 블루데이지 그 외에 이름 모를 색색 작은 꽃들로 앙증맞게 꾸민 하얀 꽃바구니에서 짙은 꽃향기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꽃바구니, 그것도 한해의 마지막 날 황혼이 깃든 시간에 묘한 감정을 느끼며 진정으로 고마운 마음이 솟구쳤다. 꽃 한 바구니가 2017년의 모든 선물을 대표하는 것 같은 행복한 마음을 갖게 했다. 꽃바구니는 나만이 받은 게 아니다. 많은 노병들이 받았다고 했다.


나는 6.25 참전유공자로서 오랜 세월 미국에 살면서 유공자회 회장으로 또 전시사관학교 전우회 회장으로 여러 행사를 하면서 대사관 국방무관을, 그리고 또 총영사를 대해 봤다.

총영사나 국방무관들은 여러 가지 중한 임무가 많은 줄 안다. 그래서인지 의례적 행사가 끝나면 거의 접촉하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부임해 온 총영사나 국방무관은 이전 임직자들에 비해 많은 시간을 우리 노병들에게 할애한다. 노병들을 위로하고, 병원 위문을 하며 여러 가지로 배려해 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90고개에 선 노병들을 대표하여 새해벽두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이경주 /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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