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임 LA 총영사에게 거는 기대

2017-12-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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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중 신임 LA 총영사가 부임했다. LA 한인사회는 22번째 총영사를 맞이했다. 김 총영사는 27일 LAX 공항에 도착하면서 “100만 한인들을 위해 일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100만’이라는 숫자가 말하듯 LA는 한반도 밖 최대의 한인 커뮤니티이다. 한인인구 많고 한인단체 많으며, 그만큼 이해관계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곳이다. 21명의 역대 총영사들 중에는 한인사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돌아간 케이스가 있는 가하면, 너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휠체어를 타고 이임한 케이스도 있었다. 김 총영사가 부임하면서 ‘영광으로 생각’한 소감이 이임할 때까지 여일하기를 바란다.

김 총영사는 한미 관계가 대단히 미묘한 시점에 부임했다. 2017년은 한반도가 세계 뉴스의 1면을 단골로 장식한 한해였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막말이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한반도에서 당장이라도 전쟁이 터질 듯 위기감이 조성되곤 했다. 미 일 우방은 물론 중국과의 관계에서 한국정부가 외교적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동안 한미 양국 사이에 석연찮은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강경파를 통해 수시로 흘러나오는 ‘한반도 전쟁설’은 한국은 물론 미주한인사회를 긴장하게 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외교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미국사회에 한국의 입장을 알려야 할 총영사의 어깨가 무겁다.

대미 교류와 아울러 총영사의 주된 임무는 재외국민 보호이다. 한인사회를 살피고 한인들의 필요를 채워줄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다. 이기철 전임 총영사 시절, 민원업무 개선, 서류미비자들을 위한 총영사관 ID 발급, 한국과 애리조나 운전면허 상호인정 등의 성과는 한인사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이 총영사 취임 초기 발생한 한인회와의 마찰음은 끝까지 해소되지 않았다.

총영사가 한인사회와의 원활한 관계를 위해 필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소통이다. 소통을 막는 대표적 장애물은 한국 고위 공직자 특유의 권위의식이다. 과거 총영사가 한인사회를 눈 아래로 내려다보며 ‘총독’처럼 행세한 경우도 없지 않았다. 신임 총영사는 겸허하게 열린 자세로 한인사회에 귀를 기울이고 듣는 수고를 많이 해주기를 기대한다.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LA가 비록 말 많고 탈 많은 곳이라 해도 총영사로서 맡은 바 소임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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