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뿌린대로 거둔다

2017-12-27 (수) 12:00:00 아리엘 송(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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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유난히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닌다. 중국인들은 늦게 자본주의를 실행하다 보니 신용카드를 쓰기 시작한 지도 오래되지 않아서 현금이 더 돈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렇다고 말한다. 업무 관계로 알게 된 중국인 친구들도 몇 천불 하는 물건값이나 백만불 넘는 집을 현금으로 냈다거나, 몇 백불 정도의 현금을 종종 갖고 다니는 것을 보고 자주 놀라곤 했었다.

그런데 나도 어느덧 그들처럼 항상 현금을 지갑에 챙겨 다니는 버릇이 들어버렸다.
그 이유는 자영업자에게 현금을 주고 싶어서이다. 10여년간 세일즈 마케팅일을 하면서 자영업자가 날아드는 청구서를 지불하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욱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현금순환에 압박을 받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도 가까이서 봤다. 또한 대형 체인점들이 마구 생겨나면서 경쟁이 힘들어진 상황을 보면서 나는 대부분 현금을 가지고 다니며 냈다.

머리를 하러 가거나, 차를 고치거나, 한인 식당에 가거나, 광고비를 내거나… 미리 잡힌 약속에는 현금을 챙겨간다. 현금을 내든, 카드로 내든 나에겐 같은 금액의 돈이지만 자영업자에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으니 나도 기분 좋고, 그들도 좋고, 또 고맙다고 조금 깎아주거나 보너스를 주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서로서로 좋은 일 아닌가. 내가 조금만 신경쓰면 할 수 있는 일인데, 하면 좋지 않은가 싶어서 한다.

그런데 내가 샵을 운영하면서 느낀건데, 지난 2주동안 손님의 100%가 현금으로 낸 것이다. 작게는 40불, 크게는 400불까지 모두 현금으로 냈다.처음엔 그런가 보네 라고만 했는데, 생각해보니 바로 내가 한대로 나에게 온 것이다.

내가 한 대로 그대로 돌아온다는 게 맞는 거 같다. 내가 세상을 향해 미소를 보내면, 세상도 나에게 미소를 되보낸다는 미국 표현처럼… 우리가 살면서 하는 행동들, 내보낸 생각들이 나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는 이치에는 오차가 없다는 것. 굳이 종교식의 표현을 빌자면 “사람은 사람의 계산법이 있지만, 하늘은 하늘의 계산법이 있다.” 그런데 그 계산이 너무 정확하다는 것을 내 삶 주변에서 하나하나 체험하는 요즘이다. “뿌린대로 거두리라”란 말에는 엄청난 진리를 내포돼 있는 것 같다.

<아리엘 송(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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