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그룹 샤이니 멤버인 종현이 지난 18일 스스로 세상을 버렸다. 출중한 외모에 노래를 짓는 능력에 자신의 재능과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화려한 무대를 두고 홀로 외롭고 지치고 힘들어하다가 저승으로 갔다.
종현의 발인식이 열린 21일 해외 팬들도 각국의 한국대사관을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뉴욕 팬들은 메디슨 스퀘어에서 촛불 추모식을 했고 칠레 팬들은 주 칠레 대사관 앞에서 샤이니가 부른 한국말 합창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고 대만 랜드마크 건물 전광판에는 그를 추모하는 글이 올려졌다.
갑작스런 비보에 충격을 받은 팬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유명인 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종현이 진행했던 라디오 ‘푸른 밤’ 프로에서는 추모방송을 하려다가 고인의 육성을 들려주면서 미치는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취소했다고도 한다.
이 베르테르 효과란 무엇일까? 세계적인 독일 작가 괴테가 1774년에 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부터 유래한다.
베르테르는 무도회에서 알게 된 롯테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녀와 친교를 맺고 집을 왕래할 정도로 가까워지지만 그녀에게 약혼자 알베르토가 있다는 것을 알고 괴로워한다. 롯테를 잊고자 고통스러워 하다가 결국 총으로 스스로의 머리를 쏘고 만다.
실제로 괴테는 약혼자가 있는 여성을 사랑한 경험에 역시 유부녀를 사랑하다 권총자살한 친구의 죽음을 연결해서 쓴 작품이 바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당시 소설에 심취한 유럽의 젊은이들은 주인공 베르테르가 입었던 파란색 연미복에 노란색 조끼를 즐겨 입고 다녔다고 한다.
이어 실연이나 우울증에 빠진 상태에서 베르테르를 모방하여 자살한 사람이 전 세계에 2,000여명으로 추정될 정도로 권총 자살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 1971년 사회학자 데이비드 필립스는 유명인이 자살하고 나서 그것을 모방한 자살 확산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 명명했다.
괴테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쓴 방에 가본 적이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 생가 4층의 연한 초록색방 안, 새하얀 레이스 커튼이 쳐진 창가에 놓인 책상에서 괴테는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 초고를 썼다. 벽에는 롯데의 옆얼굴 실루엣 액자가 걸려있다. 부유층 가정에서 자란 괴테도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고 한다.
괴테는 8세에 시를 짓고 13세 때 첫 시집을 내고 20대 초반에 변호사가 되어 20대 후반에는 바이마르 공국의 재상으로 국정을 운영하다가 모든 것을 그만 두고 여행을 떠났는데 우울증 치료를 위해서가 아닐까?
친구의 약혼녀를 사랑했고, 실연하면서 심각한 우울증이 와 식음을 전폐하고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는 괴테는 유럽 여행 중 독일문학가 쉴러와 만났다. 쉴러의 격려와 조언으로 우울증을 벗어나 60년 만에 파우스트를 완성한 괴테는 자신에게 닥친 고난을 스스로 이겨냈다.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숨기지 말아야 한다. 자신에게 솔직하게 물어보고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스스로를 발견해야 한다. 의욕저하, 불안감, 흥미상실, 식욕 및 수면장애가 2주 이상 간다면 얼른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 한다.
괴테뿐만 아니라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헤밍웨이, 베토벤, 링컨, 루즈벨트, 처칠 등 천재적 예술가나 유명 정치가들이 우울증을 앓았음에도 이를 극복한 뒤 빛나는 작품과 역사를 창조해 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3억2,200만명, 전 세계인 4%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한인사회에도 우울증으로 인한 사고가 종종 나고 있다.
누구나 우울증을 앓을 수 있다. 우울증이 올 때는 마음을 같이 나눌 친구와 진실한 소통을 해야 한다.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기 힘든 사람은, 어깨가 축 처져 있거나 며칠째 말이 없는 이웃은, 옆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연말을 앞두고 오랫동안 소식 없는 이들에게 전화 한 통, 밥 한 끼,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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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