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큼 여러 종류의 사건들이 수시로 터져, 다사다난이라는 말의 참뜻을 되새겨 보게 하는 해는 없었던 듯싶다.
태풍, 홍수, 가뭄, 산불, 산사태, 지진 등의 천재지변, 테러와 폭동,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무책임하고 무식한 정치 지도자들의 발언, 총기난사로 교회와 학교와 직장이 전쟁터로 변해 무고한 이들이 부상당하고 목숨을 잃은 어이없는 난동.
지난 200여년 뼛속 깊이 박힌 인종차별로 잘못 없는 흑인들을 죄인 취급하며 목숨까지도 앗아간 경찰관들, 권력을 남용하여 미성년 소녀로부터 유부녀에 이르기까지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을 거리낌 없이 휘두른 사회 각계각층의 남성들…
이런 일들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집과 재산을 잃고, 몸과 마음이 무수히 망가진 이웃들을 보며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상하고 망가져야 우리는 평화를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이제는 만성이 되어 그들의 상처에 무심한 것은 아닌지, 방지 가능했던 일들을 이기적인 이유로 방치하였던 것은 아닌지, 권력지탱을 위해 교묘하게 사탕발림한 정치가들의 말 재주에 취해 있는 것은 아닌지, 아예 불편한 진실을 외면했던 무관심과 이기심은 아니었을까?
어두움이 일찍 깔리며 마음도 쉽게 무거워지는 이 계절, 작은 전구들이 모여 크고 조화된 빛으로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기분 좋게 둘러본다.
각자 자신이 선 자리에서 조용히 작은 빛을 발함으로써, 온 세계에 평화의 기적이 팝콘 터지듯 일어나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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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실 / 뉴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