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여성과 뷰티 사업

2017-12-15 (금) 김선원/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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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한국 나들이에 나섰더니 한국 살 때에는 눈에 띄지 않던 한국인만의 버릇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 젊은 여성들이 지하철에서 화장을 하는 모습이다. 놀랍게도 지하철을 탈 때마다 한 차에 한두 명의 여성은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피부화장부터 립스틱, 속눈썹까지 미국에서라면 보통 침실에서 끝내고 나오는 단장을 공공장소에서 하는 모습을 보았다.

1990년대 후반 대학 졸업한 후 입사한 첫 직장이 ‘로레알’이라는 프랑스계 화장품회사였던 탓에 한국여성들의 화장품 사용습관은 여전히 내 눈길을 끌었다. 당시 한국 마켓 진출을 위해서 한국 여성들의 화장품 사용습관과 사용금액 등을 알아보는 마켓 리서치를 들여다보곤 했다.

한국 여성들의 화장품 지출은 그 당시에도 프랑스나 미주지역 여성들에 비해 비슷하거나 많게는 4배까지 높은 경우도 있었다. 또한 화장 단계별로 사용하는 개수도 많고 복잡했는데, 외국 화장품 업체로서는 좋아할 수밖에 없는 큰 시장이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호황을 타고 스타들의 화장법과 패션이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뷰티산업도 세계로 뻗어갔다. 심지어 이제는 서구 지역에도 아시아 대표 뷰티 제품으로 소개되고 있을 정도다.

이런 비즈니스 성과가 어디서 왔을까? 이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국 여성의 힘이다. 한국 여성은 매우 섬세하고 까다롭게 화장품을 고르고 사용하기 때문에 혹독한 마켓에서 단련된 한국 화장품 비즈니스들이 다른 나라 마켓에서도 빠르게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 여성들이 만들어 놓은 마켓은 이제 프랑스나 미국 화장품의 공격에도 진입장벽이 어려운 곳이 되었고, 중국 마켓에서는 한국 제품이 가진 섬세하고 세련된 품질로 선호 받게 된 것이다. 지하철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화장품을 소비하는 한국여성들의 열성적인 메이컵 선호가 우수한 품질의 화장품 마켓을 성장시킨 것이다.

<김선원/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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