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30년 숙원 새 회관 마련 결실 맺나

2017-12-15 (금) 문태기/OC취재부장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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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카운티 한인회장을 역임했던 올드타이머 김원회, 정호영씨가 지난달 3일 간격으로 잇달아 별세했다. 고 김원회씨는 32년 전인 1985년 현 OC한인회관을 한미 노인회(회장 박철순)와 공동으로 약 23만달러에 구입했을 당시 한인회장이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몇 개월 전 한인회 모임에 종종 참석했다. 별다른 말씀은 없었지만 투병 중에도 미팅에 나올 만큼 한인회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생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젊은 시절’ 자신이 몸담았던 한인회가 잘 되고 새 한인회관도 순조롭게 설립되었으면 하는 바람의 표현이었다.

정호영씨도 마찬가지이다. 고인은 한인회장에 당선되기에 앞서 이사장(1988년)으로 봉사하면서 한인회관 부채를 청산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몸을 잘 가누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김종대 한인회장 취임식에 참석해 한인회관 건립기금을 기부했다. 새 회관 건립에 대한 그의 염원이 담겨있었다.

작년 5월 서울 출장 중 갑자기 별세한 김진오 전 한인회장은 건강상 임기를 채우지 못했지만 새로운 한인회관 건립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고 기금 모금을 위해서 열정적으로 나섰다. 뜻은 이루지 못했지만 고인은 회장을 그만둔 후에도 한인회관과 참전용사 기념비 건립에 관심이 많았다.


최근 별세한 전 한인회장들이 가졌던 열정 못지않게 한인회에 몸담았던 인사들은 새 한인회관이 빠른 시일 내에 한인타운에 세워졌으면 하는 한결같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 5,300스퀘어피트 크기의 현재 한인회관은 두 단체가 나누어 사용하기는 너무 비좁고 커뮤니티에서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인회 전·현직 임원들뿐만 아니라 한인 커뮤니티 차원에서도 새 회관 건립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한 푼이라도 더 모금하려고 애써왔다. 간혹 한인회관 마련 문제를 놓고 서로의 의견이 달라서 갈등이 있기는 했지만 ‘회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표에는 다름이 없었다.

이 같은 부단한 노력은 지난 30여년동안 계속됐다. 미주 지역 한인 단체들 중에서 OC한인회 처럼 회관 마련을 위해 장기간 기금모금을 해온 단체는 무척 드물 것이다. 그만큼 새 한인회관 마련을 위한 갈망이 높았다. 그 결과 한인들의 기부 손길이 매년 이어졌다. 한인사회가 회관 마련이라는 숙원을 한시도 잊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가운데 김가등씨가 한인회장 재임 당시 10만달러, 그리고 김종대 현 한인회장이 2번에 걸쳐서 12만달러를 기부하면서 액수가 불어나 작년부터 회관 마련의 꿈이 현실로 다가왔다. OC한미문화재단(당시 이사장 이상원 박사)이 어바인에 문화 센터 건립을 목적으로 모금한 10만달러를 한인회관 건립을 위해 기부한 것도 큰 힘이 됐다.

현재 한인회관 마련을 위해서 은행에 예치되어 있는 모금 금액은 82만5,000달러에 달한다. 한인회가 새 회관을 마련하면 기존의 한인회관 건물을 사기로 한 OC한미노인회에서 지급할 예정인 매입금(마켓 밸류), 재외동포재단 지원금 27만달러 등을 합치면 대략 160만달러가 된다.

한인회는 이 금액을 토대로 지난 10월26일 구 홈쇼핑 플러스 건물(9876 Garden Grove Blvd)을 197만5,000달러에 매입키로 하고 드디어 에스크로를 오픈했다. 에스크로 기간은 2월말까지로 약 2개월 반이 남아있다.

한인회 측은 매입 후 리모델링 비용을 포함해 부족한 50만-60만달러 기금모금을 위해서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의 노력을 다할 방침이다. 내년 1월18일(목) 오후 6시 LA총영사 관저에서 펀드레이징을 가진 후 2월말 오렌지카운티에서 2차 행사를 갖는다.

현재 에스크로에 들어간 이 건물은 7,300스퀘어피트 크기의 단층 건물로 가든그로브 한인타운 한 복판에 위치해 있다. 나중에 2층으로 증축해서 잘 꾸미면 차세대에게 물려 줄 수 있는 훌륭한 유산이 될 수 있다. 오렌지카운티 한인들의 30여년 염원이 담긴 새로운 한인회관 건물 매입이 내년에는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태기/OC취재부장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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