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나의 고양이 태디

2017-12-13 (수) 12:00:00 아리엘 송(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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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디가 내게 온 것은 2년 전 9월. 10년간 열정적으로 일하던 직장을 그만둘 때, 그만두어야겠단 간절함만 있었지, 대안없이 나와 불안불안하던 때였다. 더욱이 ‘빈둥지’ ‘갱년기’가 시작되는 시기였기에 파동이 더 컸다.

퇴사는 마치 100마일로 오랜 시간을 질주하다 확 밟은 브레이크에 끼이익 하고 멈춰버린 차처럼 많은 후유증을 동반했다. 펑펑 남는 시간이 공허해 몸도 마음도 다 아팠다.

그때 태디가 천사처럼 내게 와주었다. 생후 2개월 된, 유난히 털이 복슬복슬, 태디 얼굴만 봐도 녹아내렸다. 새끼오리의 다운털처럼 미세하고 부드러운 복부! 모든 것이 사랑스러웠다. 태디는 나의 아기곰이었다.


태디는 유난히 용맹스럽고 활발해 콩콩 뛰어다니며 놀기를 좋아했다. 호기심 천국이라 “호천”이라고도 부른다. 나는 마치 노부부가 손자를 사랑하듯, 이리 봐도 예쁘고, 저리 봐도 신기하고, 온몸에 사랑으로 철갑을 두른 듯한 태디를 아꼈다 .귀여움 철철, 사랑이 퐁퐁! 앉아 있어도, 자고 있어도, 어떻게 있어도 태디는 이뻤다. 이런 태디를 보면서 그 힘든 2년을 견뎠다. 세상 시름 다 잊었을 뿐 아니라, 난 행복했다. 세상 그 무엇도 이렇게 나를 기쁘게 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사랑으로 충만하게 한 것은 없을 정도였다.

혼자 보기 아까워 매일 사진과 비디오를 한국에 있는 자매에게 보냈고, 그걸 본 가족들은 태디 광신도가 된 듯 야단법석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태디에게 힐링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 11월말, 열어놓은 뒷문으로 태디가 나가버렸다. 아무리 불러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옆집 담을 넘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태디가 좋아하는 간식통을 흔들며 집주변 지역을 돌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다음날 저녁때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자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 힘들었던 2년을 태디의 사랑으로 버틸 수 있었는데, “태디야 미안해, 나는 너가 필요해, 꼭 돌아와줘”라고 간절한 마음을 보냈다. 그렇게 울고 불고 하던 중, 베란다 쪽에서 “야옹”해서 가보니, 태디가 옆집 지붕 위에서 뛰어내리려 하고 있었다. 나는 헐레벌떡 내려가 지붕에서 태디를 받아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태디야 돌아와줘서 고마워, 너는 나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란다.”

<아리엘 송(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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