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깨진 유리창의 법칙
2017-12-05 (화) 12:00:00
김소형(SF한문협 회원)
매달 첫째주 금요일 밤이면 오클랜드의 다운타운 내 Telegraph Avenue에서 KONO(Korea Town North Gate) 행사가 열린다. 코리아타운 조성을 위해 20th~27th Street에서 열리는 KONO행사에는, 한국적인 것뿐만 아니라 다민족의 음식과 음악, 예술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얼마 전 행사가 있었던 다음 날 이른 아침, 학생들과 함께 이곳으로 거리청소 봉사를 나갔다. 이국적이고 아름답기만 할 것 같은 행사가 새벽 넘게 이어진 후 날이 밝아오자, 밤 사이 거리를 메운 사람들이 먹다 버린 음식과 깨진 술병들이 거리에 나뒹굴었다. 그날도 태양은 밤의 어둠을 몰고 감출 수 없는 진실들을 바라보게 했다.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있음에도, 그 전 사람들이 버렸던 쓰레기 위에 남은 음식을 버리거나 쌓아둔 것들이 보였다. 하물며 몇몇 쓰레기 봉투는 접힌 그대로 개봉도 안된 채 쓰레기더미 속에 파묻혀 있기도 했다. 준비해 간 대량의 쓰레기 봉투들이 거의 바닥이 나자, 사용하지 않은 채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 봉투를 주워 겉면을 반대로 뒤집어 재사용하기도 했다. 나뒹구는 술병 안에 남아있던 술이 청소하던 아이의 신발과 바지로 쏟아졌고, 바닥의 쓰레기를 모으는 동안 어느새인가 깨진 병조각이 다리에 상처를 내어 피가 베어 나오기도 했다. 먼지는 물로 닦아 냈지만 물기가 마르며 술 냄새가 간간히 코끝으로 다가왔다.
바로 옆에 있는 쓰레기통을 놔두고 사람들은 왜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일까요? 한 아이가 물었다. 우리는 이러한 일들을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 빗대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Broken Windows Theory)은 깨진 유리창처럼 사소한 것을 방치해두면 큰 범죄로 이어질수 있다는 것으로, 제임스 윌슨(James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Kelling)의 범죄심리학 이론이다. 누군가 나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깨어진 유리창에 무언가를 버린다. 그리고 이곳에 버려진 것을 본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또 다시 버려진다. 이곳은 점점 그렇게 쌓여, 누가 보아도 쓰레기가 모여 있는 곳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거리를 청소하며 나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곳곳에서 내가 미처 의식하지 못한 깨어진 유리창들을 만나면, 그곳에 새로운 유리창을 끼우고 닦을 수 있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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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SF한문협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