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의 세습

2017-11-14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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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도 중순에 접어들었다. 머무는 듯 이내 달려가는 것이 세월이라고 하던가. 한 주만 지나면 감사주간이고 크리스마스에 연말로 이어진다. 벌써 그 끝자락을 드러내 보이고 있는 2017년. 이 해가 그렇다. 여러모로 한국 사회에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한 해로 보인다.

1517년 10월31일 마르틴 루터가 로마 교황청의 전횡과 면죄부 판매 등에 대항해 95개조의 반박문을 내걸면서 시작된 유럽의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다. 2017년은 동시에 폭력혁명과 프롤레타리아 독재 등을 앞세운 볼셰비키 혁명 100주년의 해다.

유럽에서 발생한 이 두 가지 세계사적 대 사건의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나라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 아닐까 해서 하는 말이다. 그러면 종교개혁과 공산혁명, 이 두 세계사적 운동 중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살아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어느 것일까.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 교계는 연초부터 요란했었다. 각종 세미나에 포럼, 그리고 종교개혁 현장답사 행사 등으로. 이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에 그러나 정작 한국 교계를 강타한 뉴스는 개혁의 움직임이 아니다. 교회의 세습이다.

등록신도 수가 10만을 헤아리고 예산이 1000억 원이 넘는다는 한국최대 교회 중 하나에서도 원로 목사의 아들 목사가 취임하면서 부자세습이 통과됐다.

수 년 전부터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나 교회는 부인했다. 아버지 목사도, 아들 목사도 사실무근임을 주장했다. 그러던 부자세습이 금년 초 마침내 이루어 진 것이다.

이는 그 교회 하나로 그치는 게 아니다. 이미 상당수 대형교회들도 세습을 마쳤다.

무엇이 종교개혁의 횃불을 올리게 했나. 여러 가지가 지적된다. 그 중 하나가 사제들의 교회재산의 사유화다.

“사제직은 마치 개들에게 던져서 사냥하게 하는 사냥감과 다름없다. 그들이 ‘목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적에게서 빼앗은 전리품에 덤벼들듯이 교회의 재산에 덤벼들었으며, 또는 소송을 해서 교회를 얻었고, 또한 돈으로 샀다.”

“어떤 자들은 어린아이 때에 이미 아저씨나 친척에게서 유산으로 받기도 했다. 사생아가 아버지에게서 유산으로 받은 교회도 있다.” 장 칼뱅이 밝힌 종교개혁 시대의 교회의 타락상이다.


맘몬적 ‘목사 왕조’들이 주도하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습은 종교개혁시대보다 더 심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세계사를 바꾼 종교개혁운동은 한국에서는 그 힘이 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반면 여전히 살아 움직이며 한국 사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종북’이라는 기형적 형태로 전이된 볼셰비즘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반미선동이 거침없다. 북한의 핵위협에도 아랑곳 않고. 반미는 마치 지식인이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도 된 것 같다. 그것이 볼셰비키혁명 100주년 해의 일부 한국사회의 현주소로 보여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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