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부터 우표 수집에 몰두했었다. 중학생 때에는 교내 우취회를 만들어 우표 전시회까지 열었었다.
각국의 기념우표를 수집하다 보니, 각국의 우표 디자인 경향, 문화, 역사 등을 공부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의 기념우표를 통해서는 미국 역사와 아울러 민주주의의 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생존 인물을 우표에 담지 않는다. 역사적인 평가를 거쳐서 우정성에서 결정한다. 정권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공을 세운 사람들 얼굴을 싣는다.
한국에서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 우표의 경우, 대통령 얼굴에 소인을 못하게 하고 오른쪽 하단에 도장을 찍도록 했으니 정말 구석구석까지 간신들이 득실거리는 역사였다.
어릴 땐, 자동차가 귀했고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군용 지프차 엔진에다 철판을 두드려 씌운 쌍마 택시가 대부분이었다. 신성일, 엄앵란이 애정영화라도 찍을 때엔 치과의사 출신 배우 신영균의 빨간 머스탱을 빌려야 할 정도였다.
요즘 한국 드라마에선 차 몇대 연쇄 추돌 정도는 보통이다. 대학 시절, 영어 원서 한권 해외에 주문하려면 한국은행에 가서 허가를 받아 미화 수표를 발행받아서 구입할 수 있었다.
박정희 정부에 대항해서 온갖 데모로 학창 시절을 보냈었다. 성토대회 단상에 올라 강하게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었다. 수십년이 흐른 지금 돌아보면 오늘날 대한민국이 누리는 부(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승만 대통령을 하야시킨 4.19 혁명은 국가를 더욱 더 혼란으로 몰고 갔었다. 국회에서 고함치는 목발 짚은 희생자 앞에서 그 누구도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희생자들의 눈치만 본 사실을 기억한다. 민주주의는 생각처럼 그리 쉽게 오지 않는다.
올해가 고 박정희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국의 우정 사업본부에서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를 올해 발행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정권이 문재인 정부로 넘어가면서 이 계획이 취소되었다.
사사건건 정권의 눈치를 보니 대한민국에서는 백년대계란 말이 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우표는 취소되고, 문재인 대통령 취임 우표가 발행되었다. 역사의 인물은 적폐가 되고, 생존 권력이 이긴 것이다.
하지만 ‘대학생 포럼’이라는 대학생 모임이 사제 우표로 우정사업본부의 허락을 받아 8천원짜리 우표 시트를 발행하기로 했었다. 처음엔 모금으로 1만장을 발행키로 했으나, 밀려오는 모금으로 인해 3만장을 발행하기로 하고 마감했다.
가수 남진의 사제 우표가 미국에서 발행되었을 때에는 우리 동네 무가지까지 크게 기사를 싣더니, 이번 박정희 사제 우표 발행에 관해서는 그 많은 언론들이 함구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필요한 만큼을 주문해 달라고 부탁하고는 손에 들어오기만 학수고대하고 있다. 문재인 우표 구입은 훗날 그가 권좌에서 내려온 후 역사를 통해 평가해보고 고려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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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손 / 엔지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