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니나노

2017-10-26 (목) 12:00:00 박윤경(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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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있는 모든 동물들은 놀이를 한다. 의식적이든 아니든 간에 장난치고 뛰어다니며 몸 속의 찌꺼기를 발산하고 다시 자연에 도전할 집단적인 힘을 충전해왔다. 그러니 노는 것과 일하는 것은 인간 행동의 본질이며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순환하며 삶의 총체를 이룬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놀이를 통해 개인의 내적 정서적 갈등은 물론 사회적 갈등의 실마리도 풀 수 있다.

놀이의 양상과 범주를 넓게 볼 때 올림픽까지도 세계적 놀이로 포괄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어른들이 임산부에게 뱃속 태아가 잘 노는 지 묻거나 아기에게 ‘노는 게 일이다’라고 하는 말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하는 말 속에 놀이의 특성과 중요성이 묻어나 있는 것이다.

쉼없이 일만 하는 사람들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다. 단순한 휴식보다 놀이를 통해 우리는 더 건강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주 우연히 국악수업을 임시로 하게 되었다. 갑자기 하게 된 터라 수업 준비는 물론 하지 못했을 뿐더러 유치부부터 초등부, 학부모들까지 동참한 다양한 연령대 수업이었다.


악기수업이나 민요수업도 어려울 것 같아 다함께 놀기로 했는데 아이들이 ‘어떻게 놀아요?’ 하고 묻는 것이다. 하고싶은 놀이가 있는지 물으니 안배워서 모른단다. 참여한 학부모들도 멀뚱멀뚱하긴 마찬가지여서 전래동요를 배우고 부르며 놀이를 했다. 처음에는 서먹해 하던 아이들이 곧 서로 손을 치며 웃고 친해졌다. 수업은 국악수업에서 놀이수업으로 바뀌었지만 이렇게라도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것이 즐거웠다.

한국의 한 초등학교가 쉬는 시간을 10분에서 20~30분으로 늘리고, 방과 후에도 놀이수업을 진행했더니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룰도 만들고 따르며 친구관계가 더 원만해지고 수업집중도가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급변하는 사회에서는 창의성이 요구된다. 그 창의성은 놀이를 통해 기를 수 있다. 이렇듯 놀이가 중요한 것은 알지만 사실 현실에서 잘 놀기가 쉽지 않다. 좀더 여유를 가지고 잘 놀며 살아가면 좋겠다.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를 받치어 무엇하나 속상한 일도 하도 많으니 놀기도 하면서 살아가세~~~

<박윤경(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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