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1∼4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서 아시아문학페스티벌
▶ 월레 소잉카 등 국내외 작가 30명 초청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클로드 무샤르, 둬둬, 브라이튼 브라이튼바흐, 사가와 아키, 샴즈 랑루디, 잭 로고우, 월레 소잉카, 담딘수렌 우리앙카이, 안토니오 콜리나스, 아유 우타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전세계 문인들이 민주화의 도시 광주에 모여 아시아의 역사적 상처를 치유·승화하고 인류 평화를 기원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다음달 1∼4일 국내외 문인 30여명을 초청해 제1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을 연다고 18일 밝혔다.
시인을 중심으로 민주·인권·평화 문제에 천착해온 작가들이 초청됐다. '오랑캐' 부족 이름을 필명으로 쓰며 현자로 존경받는 시인 담딘수렌 우리앙카이(몽골), 당대 중국 시가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시인 둬둬(중국), 전쟁과 재해로 고통받는 아시아 여러 나라의 고통을 서정적으로 표현해온 시인 사가와 아키(일본)가 한국을 찾는다.
수하르토 퇴진운동에 참여한 신세대 작가 아유 우타미(인도네시아), 시인이자 문학사가·편집자이며 유명배우인 샴즈 랑루디(이란) 등 비교적 낯선 아시아 작가들도 참여한다.
아시아 지역 문학과 역사인식에 공감하는 다른 나라 작가들도 온다.
198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겸 극작가 월레 소잉카(나이지리아), 전후 '비트 제너레이션' 정신을 계승하는 시인 잭 로고우(미국), 인종차별정책에 저항해온 시인 겸 화가 브레이튼 브레이튼바흐(남아프리카공화국), 통합과 조화를 노래하는 시인 안토니오 콜리나스(스페인), 사회운동에 참여해온 시인 클로드 무샤르(프랑스) 등이 특별 초청됐다.
국내 문인으로는 제주 4·3사건의 참혹함을 고발해온 소설가 현기영을 비롯해 시인 이시영·허영선·정철훈·안도현·신현림·송경동,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평론가 최원식 등이 참가한다.
첫 대회는 '아시아의 아침'을 주제로 열린다. 공초 오상순(1894∼1964)이 "아시아는 밤이 지배한다"('아시아의 마지막 밤 풍경')고 쓴 지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 새로운 아시아 정신을 구상한다는 의미다.
발언하는 고은 시인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아시아문학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인 고은 시인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아시아문학페스티벌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7.10.18
조직위원장을 맡은 고은 시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지도상의 경계를 통해서만 아시아를 알고 있지 사실은 이제까지 아시아를 정의한 바가 없다. 미래에도 불가능할지 모른다"며 "하지만 현실은 아시아 없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무대가 극대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식민지 아시아는 어둠 속에 있었고 이런 질곡 속에서 아시아의 밤이라는 표현이 맞았을 것"이라며 "100년이 지나 아시아가 아침을 맞이했다. 아시아의 시학이라고 할까, 아시아 문학을 정면으로 만나보자는 취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작가들은 1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해 광주의 저항정신을 기린다. 이튿날인 2일 안토니아 콜리나스, 브레이튼 브레이튼바흐, 클로드 무샤르의 강연이 이어진다. 잭 로고우와 사가와 아키, 정철훈 등 시인들이 '동아시아 문학이 서구 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마지막 날인 4일은 시인 고은의 대회사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인 시인 도종환의 축사를 시작으로 축제의 하이라이트 격인 '아시아의 아침' 행사가 열린다.
제1회 아시아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하고 월레 소잉카의 특별강연, 고은 시인과 대담이 진행된다. 작가들은 이날 '아시아의 아침, 민주·인권·평화의 진전을 위하여'를 주제로 토론하고 선언문을 채택해 발표할 예정이다.
2일 저녁에는 '산과 바다에 우리가 살고'라는 이름으로 고은의 시와 나윤선의 재즈보컬이 어우러지는 무대가 펼쳐진다. 한국 작가들의 문학콘서트 '크로스 낭독 공감', 문학과 관련된 영화를 상영하는 '포엠 시네마', 맥주를 마시며 작가들과 대화하는 '아시아문학 사랑방'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됐다.
조직위원회는 내년 가을에도 행사를 치러 아시아 지역 인문학 축제로 만들 계획이다. 고은 시인은 "아시아의 삶과 가치에 대한 안목을 가진 철학자나 사회운동가 등 지식인들이 와서 이야기하는 담론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