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nglish for the Soul] the Calm before the Storm / 폭풍 전 고요

2017-10-14 (토) 12:00:00 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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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one told me long ago // There's a calm before the storm
옛날 누군가 내게 말했죠 // 폭풍 전엔 고요가 있다고

대학시절 다방마다 신나게 틀어대던 CCR의 명곡. “그 비를 본 적이 있는가?” 무슨 비? What rain? 해가 쨍한 날 내리는 그런 비. "Comin' down on a sunny day." Have You Ever Seen the Rain?

경쾌한 기타 반주로 시작되는 Root Rock의 명품. 통기타 못치면 간첩 소리 듣던 시절. 나 역시 간단한 코드 몇 개 퉁기며 멱따는 고음으로 신나게 불러대던 노래. 거의 반 세기 후, 갑자기 그 노래가 생각난 건 다름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엉뚱한 유머(?) 때문. 주위 사람들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며 늘 무대 중심의 각광(脚光)에 익숙한 엔터테이너 트럼프.


지난 10월 6일, 백악관에서 군 수뇌부들과 회동하는 자리. 부부들 모두 모여 기념사진 찍는 순간, 바로 그 순간. 스포트라이트[spotlight]의 중심에 선 트럼프. 그가 과연 누구던가. 인기 짱 TV 리얼리티쇼의 주인공 아니던가? 찬스 포착에 민감한 타고난 예능 끼를 발휘, 도열한 기자들에게 넌지시 묻네요. "You guys know what this represent?" 당신들 이게 뭘 뜻하는지 아슈? 즉설 자문자답. "Maybe it's the calm before the storm." 아마도 폭풍 전 고요가 아닐까? 그리곤, 빙그레 웃네요.

Someone told me long ago // There's a calm before the storm
옛날 누군가 내게 말했죠 // 폭풍 전엔 고요가 있다고

니들이 멀 알아? 이 비뚜러지고 왜곡된 3류 기자들아. 트럼프 후보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된 지금까지 늘 삐딱한 주류언론 면전에 대놓고 또 한번 어퍼컷을 한방 먹이는 수작? 잔뜩 모여선 장성들과 군수뇌부 부부들에 둘러싸여 싱긋이 웃으며 혼자 묻고 답하는 타고난 예능꾼 트럼프. "You guys know what this represent? Maybe it's the calm before the storm."

당연히 몇몇 쟁쟁한(?) 기자들이 되묻죠. 'What's the storm?" 무슨 폭풍? 그러자 거의 야비할 정도의 썩소를 머금은 트럼프, 같은 말만 되풀이합니다. 계속 궁금해 하란 겁니다. "Could be the calm before the storm." 폭풍 전의 고요랄 수 있다니까. 바짝 다급해진 기자들의 질문 공세. 이란? 북한? 아이시스? 도대체 무슨 폭풍? “What storm, Mr. President?” 더욱 신난 예능도사 왈, "You'll find out." 알게 될 거야. 궁금증을 절벽에 거는 클리프행어[cliffhanger]를 쓸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북한/이란 등과의 긴박한 상황에서도 감정/의사표시에 결코 서툴지 않은 장사꾼 트럼프의 깊은 계략과 속내는 진짜 알다가도 모를 일? 일부러 그러는지 아니면 슬쩍 사고치다 보니 저절로 그렇게 맞아 떨어지는 건지 과연 누가 그 속을 알랴. 이번에도 "the Calm before the Storm"이라는 미상불 시의적절한 몇마디로 또 한번 세상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성공!

Someone told me long ago // There's a calm before the storm
옛날 누군가 내게 말했죠 // 폭풍 전엔 고요가 있다고

이렇게 시작하는 CCR의 “Have You Ever Seen the Rain?” 또한 수수께끼같은 내용을 담고 있죠. 이렇게 이어집니다. "I know it's been comin' for some time // When it's over so they say it'll rain a sunny day." 왠지 심상치 않죠? 폭풍 전 고요가 한참동안 다가오고 있음을 안다네요. 그리고, 사람들이 말한다지요, 그 후론 마른비가 내릴거라고.

뭔가 서로 비슷한 느낌이 오지 않나요? 월남전이 한창일 때, 그리고 CCR의 속사정이 별로 좋지 않을때 [이듬해 해체됨] 불렀던 노래 내용이 왠지 트럼프의 '폭풍 전 고요' 발언과 맞물리며 심상찮은 전주곡처럼 들리는 건 공연한 기우(杞憂)? Shalom!

<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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