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가 보는 허상들

2017-10-07 (토) 박소영/한국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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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만나본 적도 없는 그들이 현실 친구들보다 더 친밀하게 느껴지는 요즘엔 내가 아무래도 SNS 중증인가 보다. 아마도 내가 처한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이 현실 세상에서 잠시 도피할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그들 중 좀 더 가까워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들 같은 이야기를 한다. 실생활 친구들 보다 이 가상 세계에서 있는 친구들과 마음을 터놓기가 더 부담도 없고 쉽다고. 내가 진짜 누구인지를 아는 쪽이 과연 어떤 세상 친구들일까.

특히 개인적이고 타인의 사생활에는 관심을 가지는 자체가 실례인 미국 생활에서는 사람 만나기가 참 힘들다. 어디에 있건 누구와 있건 인간은 외로운 존재지만…. 미국은 특별히 더 그런 것 같다. 가상현실 속 친구를 현실 세계로 끄집어내어 인연을 맺는 이들도 종종 있기는 하다. 예전에는 그런 일들을 경계하고 의심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들이다.


요즘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상하던 차에 나에게도 신기한 일이 생겼다. SNS에서 꼭 필요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난 것이다. 주위에서 사기가 아니냐, 어찌 믿냐 하고 걱정이 많다. 솔직히 나 자신도 반신반의가 사실이다.

사람의 마음은 글로도 목소리로도 전해진다고 믿는다. 속이려고 작정을 하고 덤비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자주 통화하고 서로 이해를 필요로 하는 대화를 하다보면 의견이 나오고 상대방의 정서나 신념들을 대충 그려 볼 수가 있다. 아직 일은 계속 진행 중이다.

이 넓은 세상에서 지구 반대편에 누구를 알고, 마음을 공유한다는 자체가 인터넷 세상이든 현실 세상이든 인연이기는 마찬가지다. 꼭 옷깃을 스쳐야 인연이겠는가. 더한 마음을 스쳤지 않았는가.

인터넷으로 만나 결혼도 하는 세상에서 어찌 믿느냐는 생각은 모순이다. 당신은 옆집 사람이 문 닫고 들어가서 무슨 짓을 하는 사람인지 다 아는가? 비행기 내 옆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이 어떤 끔찍한 사람인지 상상해 봤는가?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어차피 모른다. 내 인생에 들어오기까지는 우리는 오로지 보이는 것으로만 상대를 판단한다.

아무것도 아무도 판단하지 말라. 내가 보고 있는 것이, 그들이 보여주는 것이 허상인지 진실인지 모를 뿐더러 나 또한 내 속에 썩은 속내와 음흉함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도 나을 게 없는 나이다. ‘적어도 난 너보다 낫다’라는 편견과 도취에서부터 시작되는 판단은 위험한 것이다.

당신은 누구보다 낫다고 생각하는가?

<박소영/한국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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