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약과 총기 단속

2017-10-06 (금) 문성길/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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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사람들이 얼마나 더 희생되어야 총기관계 범죄자들을 마약 밀매자들처럼 단속할 수 있을까. 마약과 총기는 얼핏 보기엔 전혀 무관한 것 같으나 여러 면을 잘 살펴보면 너무도 유사한 점이 많다. 마약 단속하듯 하면 총기사고 예방을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된다.

다만 국민들이 총궐기 하다시피 이런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실토했듯이 평소에는 그렇게도 총기규제에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막상 선거 때는 총기소유 옹호자들에게 투표하여 당선시키는, 알다가도 모를 행태가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마약은 고대로부터 통증치료로 이용되어 왔고 현대의학, 특히 외과수술이 발달된 시대에 마취제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또한 수술 후 통증완화를 위해 단기간 사용되어지는 거의 필수 의약품이 됐다. 만성통증이라도 장기간 사용은 권장되지 않지만 일부는 남용과 오용으로 인해 마약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기에 의사들은 물론 유통과정에 관여되는 모든 인력들을 면허과정에서부터 시작해 수시 평가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감독 하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연방정부 시책에 토를 다는 국민은 아마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번 라스베가스 사건 같은 대량학살 참극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난리법석도 잠시뿐, 총기규제를 위한 지속적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사건 발생 후에 앵무새처럼 되풀이 되는 진심 없는 혀 놀림이 지겹다. 가식적 분노와 위로를 던지는 지도자와 아무 도움도 못되는 원인분석을 하며 미디어에 얼굴을 드러내는 자칭 전문가들, 한마디로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수년 전 총격을 받았던 전도유망한 애리조나 여성 연방하원의원의 남편인 우주비행사 켈리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호소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방관만 해선 안 되고,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총기소유 저지를 위해 행동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 마약처럼 어떻게 총기를 규제해야 할까. 마약사용이 병원 등에 국한되듯이 총기는 오로지 군대와 경찰 등에만 국한해 소유와 사용이 허락되어져야 하며, 이 또한 작전 시에만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광활한 시골 산간마을 주민들은 적시에 국가공권력의 신속한 보호를 받기 쉽지 않을 것이므로 예외적으로 총기소지 허락이 필요할 것 같다. 그들도 거주지를 떠났을 때는 물론 총기소지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국가의 첫 번째 역할은 국민의 생명안전과 재산 보호이다. 총기 대량학살이 발생할 때마다 “ 내 생명은 자신이 지켜야겠다”는 불안심리로 인한 총기판매가 증가한다는 말은 단적으로 국가가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심지어 국민의 생명을 헌신짝처럼 여기는 극보수 단체, 정치집단은 총기생산업자와 유통업자들을 비호하고 있다.

요컨대 정당화되지 않는 목적과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총기를 생산, 유통시키거나 판매하는 것은 물론 이를 구입하는 것도 모두 중대한 범죄행위로 규정해 마약 관련 범죄자들처럼 가혹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마약을 다루듯 철저한 감독과 처벌이 실시돼야 한다. 여기엔 온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뒷받침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미국에서도 한국에서와 같은 시민들의 촛불혁명이 필요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전쟁을 제외하고 총기대량 학살사고로 무고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나라가 미국 말고 이 지구상에 또 어느 나라가 있는가.

<문성길/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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